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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포옹의 99가지 형태 – 주토피아2 [영화]
포옹은 시리고 연약한 부분을 덮어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 기술과 도구가 매서운 추위를 막아주는 시대에도, 이상하게 어딘가 모자란 1%의 비밀은 포옹에 담겨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더 큰 위로가 된다.
* 해당 오피니언은 영화 ‘주토피아2’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제의 ‘주토피아2’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전보다 썰렁해진 극장이지만, 올해는 애니메이션들이 힘써 온기를 싣고 있다. 지난 26일 개봉한 ‘주토피아2’는 시즌1에서 약
by 백승원 에디터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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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최후의 만찬, 유죄 추정의 원칙 - 트랩 [공연]
진실은 잔인하고 불편하다. 트랍스의 죄를 단죄할 ‘법’은 없으나, 그는 분명 죄인이다. 이로써 죄는 법의 상위 개념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누군가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을 뿐이고, 혹은 ‘아직’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 또한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믿는 그 확신이야말로 더 큰 죄로 불러온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트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사고, 뜻밖의 만찬, 수상한 재판.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트랍스는 출장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작은 시골 마을의 한 저택에 머물게 된다. 집주인은 은퇴한 판사로, 자연스럽게 트랍스를 저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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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볼나방은 힘 빼기를 배우는 중
다만, 정말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면, ‘힘 빼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힘을 내기 위한 힘 빼기다. 테니스에서 힘을 빼고 치라는 말이 매가리 없이 라켓을 휘두르라는 의미는 아니다. 몸에 힘을 주면 관절이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쓸 수 없다.
테니스를 치면서 힘 빼기의 진가를 알게 됐다. 이제 막 5개월을 향해 가는 초라한 구력이지만, 그런 나도 잘하고 싶다. 하지만 의욕이 앞설수록 괜히 긴장되고, 레슨에서 배운 것들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된다. “힘 빼세요!” 코치님의 호통은 늘 공보다 빠르게 날아왔다.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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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의 침묵, 악마의 속삭임 - 아마데우스 [공연]
자유의지를 발현하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고, 욕망을 지배하라.
* 해당 리뷰는 연극 ‘아마데우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린 영원한 적입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18세기 빈을 배경으로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서사를 그려낸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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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모임] 산 넘어 산(^^^), 글쟁이들의 기댈 구석
첩첩산중(疊疊山中) 글쓰기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
일주일에 한 편씩 오피니언을 기고하다 보니 에디터 활동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간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하나의 증표로서 컬쳐리스트에 초빙되었다. 잘 써진 날도, 못 써진 날도, 후련한 날도, 찝찝한 날도 있었지만, 끝은 곧 새로운 시작으로 탈바꿈했다. 다시 문화예
by 백승원 에디터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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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람과 사랑이 빠진 이야기는 이 세상에 없다 - 레드북 [공연]
뻔하디뻔한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쓰이고, 읽힌다. 『레드북』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한 스테디셀러다. 오늘도 『레드북』과 로렐라이 언덕은 그런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 해당 리뷰는 뮤지컬 ‘레드북’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가운 책, 『레드북』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에서도 보수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19세기 런던에서 안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고정된 ‘여성상’이 존재하고
by 백승원 에디터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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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泫泫, 물방울에 맺힌 시선 – 김창열 [미술/전시]
투명한 물방울은 비워진 온몸에 모든 것을 담아낸다. 장력으로 응집된 무색무취의 방울은 빛과 그림자, 배경의 색과 질감에 관계없이 자연(自然)스럽게 그 자리에 존재한다. 어떤 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생생하고, 어떤 건 멈춰 있는 듯 고요하다. 그리고 그 형태를 유지하던 물방울은 상처의 골을 만나면 마치 본래 그 자리를 알고 있었다는 듯 빈틈없이 그 자리를 메운다.
어쩌다, 무슈 구뜨 도(Monsieur goutte d'eau) 작가의 방은 전시 순서상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긴 했지만, 가장 먼저 그곳에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주말이라 전시장은 평소보다 북적였고, 시간의 여유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김
by 백승원 에디터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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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름을 드려요 – 단어의 집 [도서/문학]
안희연 시인의 『단어의 집』을 읽으며, 막연한 성실함의 구체적인 얼굴을 본 듯하다. 김영하 작가는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안희연 시인은 단순히 이름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그가 발견한 단어들의 ‘모음집’이 아니다. 안희연 시인은 때때로 단어의 이름을 묻고,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 단순히 사물을 지칭하는 기능적인 이름이 아니라 그 너비와 깊이를 다시 가늠해 준다.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 시창작 수업에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다. 그 말은 위로 같았지만, 동시에 의문을 품게 했다. 매주 한 편의 시를 써 제출할 때마다 나는 ‘모두’의 예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성실해야 했다. 단순히 단어를
by 백승원 에디터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