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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양감의 깊이가 곧 얼굴이 되는 사진 - 사진의 얼굴 [영화]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사진의 얼굴>은 아흔 살 포토저널리스트 구와바라 시세이가 평생 마주해온 얼굴들을 따라간다. 명암이 빚어내는 양감 속에서, 그의 사진은 기록을 넘어 진실 그 자체가 된다.
사진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절제되고 객관적인 기록일지 모른다. 그러나 좋은 사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명암이 만들어내는 깊이 속에서, 평면이던 피사체는 어느새 만져질 듯한 얼굴로 되살아난다. 일본 포토저널리즘의 거장인 구와바라 시세이의 반세기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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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람들은 겁에 질리면, 생각보다 훨씬 끔찍해지곤 한다. - 파라노만 [영화]
영화 <파라노만>은 섣부른 공포와 집단적 이기심이 만든 '마녀사냥'의 잔혹함을 꼬집으며, 타인을 마주하는 진정한 용기와 소통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 본 리뷰는 애니메이션 <파라노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오늘 밤 내가 사는 동네에 좀비가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열에 아홉은 무작정 도망치거나, 손에 잡히는 무기를 들고 맞서 싸울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팝컬처와 좀비물들을 소비해 오면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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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간 속에 시간 속에 시간이 만든 역설 -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영화]
2분의 시차로 연결된 모니터가 만들어낸 시간 루프 속에서, 인물들은 정해진 미래에 순응하며 일확천금을 좇는다. 그러나 주인공 카토는 그 반복된 미래에 저항하며,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진짜 현실을 되찾아간다.
한 번쯤 거울 앞에 거울을 든 나를 보거나 엘리베이터에 마주 본 거울 속 한없이 그 속에 있는 나를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그 속에 어떤 기이한 존재가 나올지 모르는 두려움도 가진 채) 이를 ‘드로스테 효과’(Droste effect)라고 한다. 이미지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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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누가 이 바다를 붉게 만들었나 - 영화 '지느러미' [영화]
유전적 돌연변이 '오메가'와 인간이 공존하는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린 <지느러미>. 서로를 쫓고 의심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만든 디스토피아를 응시한다.
디스토피아를 만든 건 다름 아닌 인간이 아닐까. 그 사실이 불쾌하면서도 못내 서글프다. * 해당 리뷰는 영화 <지느러미>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난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검은 빗방울이 입 안으로 떨어졌다. 뚝.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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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B급 영화, 니가 좋아 [영화]
진지한 사람도 가끔은 그냥 웃고 싶다. B급 영화는 그 욕구에 가장 솔직하게 답해주는 장르다. 럭키, 스파이, 와일드 씽. 뇌를 잠시 맡겨두기 딱 좋은 세 편을 소개한다.
살다 보면 가끔 뇌를 잠시 어딘가에 맡겨두고 싶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아무것도 해석하지 않고, 그냥 눈앞에 펼쳐지는 걸 보며 깔깔 웃다가 집에 오는 그런 날. 나는 꽤 매사에 진지한 편이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라, 솔직히 그런 날이 자주 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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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내가 영화(映畵)하는 이유 - 극장의 시간들 [영화]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어버렸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다. 이 글은 《극장의 시간들》이라는 세 편의 단편들을 통해 영화가 우리 각자에게 왜 다르게 닿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무언가를 내 이야기로 영화, 연극, 음악 등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까. 그렇게 만들고 나서 그 작품 자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된다. 작품이 완성된 후의 결과물보다,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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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 끝이 비극일지라도 -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 그 비운의 역사는 누구나 알지만, 정작 단종 본인의 이야기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7세의 어린 나이로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박지훈)과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영월 호장 엄흥도(유해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조가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을 통해 탈취해 국왕의 자리에 오른 조선의 비운의 역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이들의 역사와 정치적 반란이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비운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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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다시 마주한 그 계절 – 두 번째 계절 [영화]
과거의 연인과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솔직한 대화와 사과로 이별을 마주한다. 영화 〈두 번째 계절〉은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이별의 감정을 담아낸다.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안부를 묻는 일은 편하다. 하지만 나의 안부를 묻는 순간부터, 그 대화는 부담이 되고 위태로워진다. 겉으로 보이는 행복한 모습 이면에 숨겨 둔, 솔직하고 초라한 나의 진짜 얼굴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떨릴까. 그 상대가 나의 전 연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