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둠 속의 진정한 변신, 어둠의 가치 [시각예술]

주재환전 어둠속의 변신을 관람하고
글 입력 2016.06.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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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의 전시 ‘어둠 속의 변신’ 제목은 그의 작품을 만드는데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배경과 사건 의식을 보여준다. ‘밤’이 곳 ‘어둠’이 되고, 이 어둠 속에서 그의 자아가 변신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어둠이 단순히 물리적 시간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질서와 규칙이 가득하고 난무하는 ‘낮’의 세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회 질서와 규율 밖에 존재하는 미학적 공간이다. 이렇게 보면 처음에 변신이라는 말은 낮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밤에는 그냥 단순히 모두가 초월적이고 본연적인 사람이 되는 반면에 낮에는 신분 그리고 계층 등을 몸에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에 본질적인 우리의 모습은 밤이니까 우리 모두는 낮이 되면 변신을 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주재환 작품에서 어둠이란 사회가 규정한 이들의 정체성이 가려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자유의 공간이 된다. 결국 정체성을 가려지는 모두가 함께하는 새로운 의미의 변신이 되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문뜩 떠오르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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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의 오브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손쉽게 다루거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일상의 사물과 현상들을 어둠의 세계에서 ‘변신’시키며 작품 속에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파괴한다. 밤의 공간에서는 낮에 가졌던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로이 벗어나 변신을 꿈꾸는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일상의 것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준다. 이렇게 동시에 예술이 규범과 제도가 강제하는 제한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둠은 주재환에게 하나의 혁명적인 공간이자 자신만의 소통 창구의 세계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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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재환의 작품에는 환상과 유희가 두드러진다. 자동차의 브랜드나 모델명으로 그 사람의 세속적 지위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주재환의 어둠을 통해 사라진다. 어떻게 보면 낮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실천시키는 소재가 어둠이 되는 것이다. 또한, ‘몽중몽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꿈속 잠꼬대의 의식 아래에 있던 말들을 실제로 끄집어낸다. 사우나에서 쓰는 공용타월에 ‘훔친수건’이라고 찍혀 있는 걸 보고 그 수건 자체를 오브제로 쓴 작품 등 너무 당연한 일상을 환상으로 포장하여 이걸 유희로써 표현하는 주재환의 능력을 보았다. 특히, ‘괴산괴우’라는 작품은 환상으로 포장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빨간 삼각산에 파란 하늘이 있고 흑색 굵은 비가 쏟아지는 모습은 웅장한 모습 그리고 과장된 자연을 그린다. 또한, ‘짜장면 배달’ 작품에서는 사람과 자전거를 흐릿한 모습으로 그린다. 배달원의 어깨를 누른 사람의 무게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유희하는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다. 결국 환상 속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린 것이다. ‘물 vs 물의 사생아들’에서는 자연적인 재료 안에 실제 들어있는 물과 쓰이고 버려진 물이 들어있던 인공물들의 적나라하게 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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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미술이라고 말하는 작품의 세계를 결국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는 측면이 처음에는 아이러니 했지만, “갤러리도 살고 작가도 살아야 한다. 먹고사는 게 예술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잘 이해가 할 수 있었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지 않고 패러디의 기법으로 돌려서 결국 사회를 따끔하게 비판하는게 주재환의 작품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이러한 작품들을 곱씹어 봐야 하는 게 감상하는 방법이다. 작가는 자기 스스로 ‘1000원짜리 미술’이라고 한다. 비닐, 일회용 커피, 색종이, 스티커 등 우리는 위대한 작품의 소재로는 거들떠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고 작품의 재료라고 생각하기에는 하찮은 재료들을 이용해 이 세상의 부조리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 photo by 이창인)


[이창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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