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별과 구별 사이, 공존을 위해 3 - 노인과의 공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8.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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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남 선녀배우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하는 게 당연해진 것 같은 요즘, 평균 나이가 70대에 육박하는 배우들을 앞세운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7월에 마무리된 ‘디어 마이 프렌즈’가 주인공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노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이 있는 삶을 살아낸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박 완(고현정)’은 소설을 위해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취재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물론 그 작업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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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공식 홈페이지, 석균 인물 사진>
 
 드라마에서 가장 밉상 캐릭터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석균(신구)’을 꼽겠다.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그는 입이 험하고, 자기 할말만 할 줄 알며, 가족에게 조차 다정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가부장적인 태도로 젊은 세대들이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에 가장 가까웠다. 수 차례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자신의 딸을 위해 사위의 교수사무실에서 행패를 부리고 자백을 받아냈을 때에도, 그는 딸에게 사정을 설명해주거나 딸을 격려하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말없이 수저를 뜬다. 평생을 의지하고 살았던 아내 ‘정아(나문희)’가 이혼을 얘기했을 때에도 그녀를 조소하며 ‘언젠가 돌아오겠지’ 생각만 할 뿐, 공감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감춰진 진실.
 
아저씨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딸을 보냈다. 그렇게 아저씨의 진실이 묻혔다. 나중에 나중에 어느 한 날, 술 취한 아저씨가 내게 해준 얘기다. 나는 물었다. 그렇게 직장까지 잘렸으면서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다했으면서, 왜 딸에게 미안하단 말 한마디를 못 했느냐고. 그리고 그때 그 진실을 왜 말 안 했냐고. 아저씨 대답은 간단했다. 자신은, 그 시대 남자들이 다 그랬듯, 자식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고, 그리고 진실이고 뭐고 무슨 말을 할게 있냐고. 딸을 성 추행한 놈보다 자신의 가난이 더 미웠는데. 바보 같은 아저씨.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는 순영 언니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인생이란,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는 걸. 죽어서도 뜨거운 화해는 가능하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 tvN '디어마이프렌즈' 6화 박완의 독백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 중 7%가 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라 한다. 20%이상이 넘어가면 초고령화 사회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회에 진입했으며,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그 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꼰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이며, 노인들의 좋지 않은 행동들이 SNS에 올라올 때 마다 나 역시 눈살을 찌푸린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 나오는 ‘석균’처럼 남녀구분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규정지으려 하고, 그것을 가정에서까지 강요한다. 자기 할말만 큰 소리로 하고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으면 나이를 들먹이며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싸가지 없는 xx’로 폄하한다. 과거를 들먹이며 살기 좋아진 요즘 왜 너는 그것밖에 벌지 못하냐며 자신의 삶에 각색까지 마친 한 편의 시나리오를 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평소 나는 공경 받고 싶다면 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주의고, 저런 일면만을 본다면 이해의 폭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런 단편적인 모습들 만으로 우리는 그 노인을 판단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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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vN '디어마이프렌즈' 방송 캡쳐본>

 ‘디어 마이 프렌즈’의 시작은 ‘어른과 노인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노인에 대한 청춘의 부정적 시선이 어디서 기인했는가?’하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드라마는 제목처럼 어른과 청춘이 ‘친애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되었다. 엄마의 친구들을 거침없이 ‘꼰대’라 칭하며 열을 내던 ‘박완’은 취재과정에서 그들과 진정으로 가까워지며 함께 바다를 보는 것으로 드라마가 끝난다. 이상적이지만 분명 우리가 한번쯤 그려보아야 할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노인들의 많은 모습은 그들의 일면일 뿐이고, 우리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내며’ 쌓아온 그들의 나이를, 세월을 폄하할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한들 그것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나와 맞지 않는 인간 중 하나일 뿐, 노인이라서 싫다는 이유는 적절치 못하다. 나와 다른 이와 공존하는 것은 물론 힘들다. 관점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니 공존을 위해서는 언제나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공존의 가능성을 해친다. 나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위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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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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