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가 공연되었고, 지방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7세기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를 원작으로,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백조의 호수> 등 다양한 작품의 안무에 참여하며 고전 발레의 형식을 확립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189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화려한 무대와 동화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고전 발레의 형식적 아름다움과 테크닉이 주된 포인트가 됨으로써 19세기 러시아 황실 발레의 정수로 불리는 작품이다. 프롤로그부터 3막까지 구성된 이 작품은 약 3~4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과 화려한 무대의 규모로 초연되었는데, 20세기 이후 원 안무가 프티파의 구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안무가와 연출가들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축약됨으로써 2시간 30분 남짓한 분량으로 재구성되었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현재 세계 주요 발레단들이 정식 레퍼토리로 채택해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다양한 안무가들이 개정 혹은 재해석 버전을 올려 원 안무가인 프티파의 구성과 동화적 줄거리라는 기본적인 골격은 동일하지만, 안무가와 발레단마다 구성과 연출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유니버설발레단은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안무한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을 (마린스키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올렉 비노그라도프가 새롭게 개정한 안무를 택하고 있고, 국립발레단의 경우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 마르시아 하이데가 안무한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다. 거대한 규모와 무대 세트, 인력이 필요한 공연이기 때문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 발레 레퍼토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텀이 긴 작품으로, (2막으로 더욱 축약된 버전을 택하기도 하는 2년 전 지방 투어 공연을 제외하면) 서울 정기 공연을 기준으로 4년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동명의 동화*의 줄거리를 발레의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면서도,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플로레스탄 왕국의 오로라 공주의 탄신 축하연에서 신하 카탈라부트의 실수로 초대받지 못한 악의 요정 카라보스는 공주가 16세 생일에 물레에 찔려 죽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리고, 라일락 요정은 죽음 대신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깨어날 수 있는 깊은 잠에 빠지는 것으로 그 저주의 내용을 바꾼다. 16세가 된 오로라는 생일 파티 당시 한 노파로 위장한 카라보스가 건넨 꽃다발에 숨겨진 물레바늘에 찔려 쓰러지고, 라일락 요정의 마법으로 죽음 대신 깊은 잠에 빠지며 왕실의 모든 사람들 역시 오로라를 따라 잠에 빠진다. 100년 후 이웃 나라의 데지레 왕자는 라일락 요정의 도움을 받아 카라보스를 물리치고 오로라에게 진실된 키스를 한다. 오로라와 왕궁의 모든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데지레와 오로라의 결혼식과 라일락 요정의 축복으로 무대의 막이 내린다.
* 한국의 경우,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번역이 사용되지만 프랑스 원어(‘La Belle au bois dormant’)를 직역하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기본적인 구성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무용수의 신체와 작품을 규율하는 엄격한 구성적 형식 위에 주역 무용수의 화려한 기교와 기하학적인 군무 배열을 담아내며 고전 발레의 특징이 응축된 작품이다. 오로라와 데지레 왕자의 역할은 고난도의 신체 테크닉을 요구하며, 마녀 카라보스와 라일락 요정은 캐릭터의 특성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한 연기력이 강조된다. 라일락 요정의 선함, 카라보스의 악함이라는 캐릭터성과 이때 사용되는 선율은 라이트모티프(Leitmotif, 유도 동기)로 사용되어 서사뿐 아니라 음악적 형식에서도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드러낸다. 특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 역사에서 처음으로 기존의 2인무(파 드 되, pas de deux)를 형식적으로 체계화한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 형식을 정립한 작품으로서, 앙트레(Entrée)–아다지오(adagio)–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솔로 바리에이션(variation)–코다(coda)라는 그랑 파드되의 구조가 이후 고전 발레의 대표적인 형식이 되었다. (1877년 초연된 <백조의 호수>도 1895년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개정 안무를 바탕으로 한 재공연에서 ‘그랑 파드되’ 형식을 활용해 새롭게 안무를 구성하기도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프롤로그를 포함한 3막 4장 구성이며, ‘서곡’이 연주되는 프롤로그에서는 오로라 공주의 탄생 축하연에 초대받지 못한 것에 분노하는 카라보스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얇은 투명 막 안에서 벌어지는 카라보스의 저주와, 라일락이 카라보스의 저주의 내용을 죽음이 아닌 잠으로 바꾸는 장면이 묘사된다. 오로라의 탄신 축하연과 갓 태어난 오로라를 축복하는 라일락 요정을 포함한 여섯 요정(부드러움의 요정, 활발함의 요정, 부스러기 요정, 카나리아 요정, 용기의 요정)의 춤이 일반적으로 1막 1장에서 묘사되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여섯 요정의 바리에이션이 3막으로 옮겨 가고 오로라 공주의 탄신 축하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프롤로그’에서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1막에서 춤이 돋보이는 부분은 16세가 된 오로라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화환을 든 채 춤을 추는 ‘갈란드 왈츠(Garland Waltz)’ 군무에서 나타나는 배열과 배치의 미학과, 오로라가 이웃 나라에서 오로라에게 구혼하기 위해 찾아온 4명의 왕자들과 오로라 공주가 추는 ‘로즈 아다지오’(Rose Adagio)다. 로즈 아다지오는 오로라가 장미꽃을 주는 구혼자들과 차례로 손을 잡고 아라베스크(Arabesque)와 애티튜드(Attitude) 상태로 균형을 잡는 장면이 돋보이며, 코어 근육의 근력과 함께 균형 감각이 동시에 요구되어 발레리나에게는 고난도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장면이다. 춤을 추는 오로라와 평화로운 왕실의 분위기에 예정된 비극이 닥쳐오는 것은 카라보스가 변장한 노파가 사람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그 시점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 등 해외의 여러 발레단에서는 왕이 물레를 나라에서 없애라는 명령을 내리고, 물레를 사용한 마을 사람들을 처벌하려다 왕비의 자애로 이들이 풀려나는 장면이 존재하고, 카라보스가 변장한 노파가 물레 바늘을 오로라에게 직접 건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경우 저주의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만류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오로라가 처음 보는 물건에 호기심을 가지다가 물레 바늘에 찔리게 되는 식으로 묘사되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은 (탄신 축하연 장면이 짧은 ‘프롤로그’로 제시되기 때문에) 물레를 태우라는 왕의 명령이 생략되고 노파의 정체와 그가 건넨 꽃다발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오로라가 꽃다발에 숨겨진 물레 바늘에 찔리게 되는 방식으로 새롭게 연출된다. 저주의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감각에 쓰러진 오로라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나타난 카라보스는 저주가 실현되었음을 알리며 퇴장한다. 라일락 요정을 따라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잠에 들면서 1막의 막이 내린다.
2막은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데지레 왕자가 사낭 행렬 무리에서 이탈하고, 라일락에 의해 오로라의 환영을 본 뒤 카라보스를 무찌르고 오로라를 찾는 과정이다. 숲 속에서 등장하는 라일락과 요정들의 군무가 묘사되는 2막은 마치 <돈키호테>의 ‘드림 씬(dream scene)’처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자연과 요정과 정령 등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발레의 역사를 논할 때 프랑스의 낭만 발레(Romantic ballet)에서 러시아의 고전 발레(Classic ballet)라는 연대기적/단계적 서술이 쉽게 이야기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발레의 역사는 그보다 더 혼종적이며 낭만 발레와 고전 발레는 단계적으로 분절되지 않는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가 충돌했던 다른 예술과는 달리 발레에서는 낭만 발레의 정신과 유산은 사라지지 않은 채 발레의 역사에 남겨졌고, 고전 발레를 통해 형식적으로 보강되었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챔버 공연을 위해 구성을 다듬을 때 데지레 왕자가 주변 귀족들과 어울려 사냥을 하는 장면을 삭제하고 숲속을 거닐다 라일락과 요정들을 통해 오로라의 모습을 보는 데지레의 모습을 1막 2장으로 처리하면서 더욱 축약하기도 하지만, 데지레 왕자의 사냥 행렬 장면은 이번 공연에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또한 카라보스와 데지레의 결투 과정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주로 카라보스가 ‘물러나는’ 것으로 묘사되는 해외 여러 발레단 버전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카라보스가 데지레의 칼에 찔리는 모습이 명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일락의 도움으로 카라보스를 무찌르고 왕실에 도착한 데지레의 입맞춤을 통해 오로라는 깨어나고, 오로라가 자신과 함께 잠들었던 모든 이들을 깨우면서 2막이 종결된다.
3막은 오로라와 데지레의 결혼식 장면으로, 오로라와 데지레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와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이 등장한다. 3막에서는 (원 안무상 1막에 있었지만 새롭게 배치된) 요정들의 바리에이션과, 프랑스 민담이나 샤를 페로의 또 다른 동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결혼식에 참석해 춤을 선보이는데 이때 나타나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또 다른 관람 포인트이다. 파랑새와 플로린 공주**의 2인무는 솔로 바리에이션과 코다가 있기 때문에 <백조의 호수>의 ‘파 드 트루아’처럼 주로 솔리스트들이 이 배역을 맡는다. 빨간 모자와 늑대, 장화 신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의 경우 실감나는 동물 묘사와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인해 ‘캐릭터 댄스’의 특성이 강조되는 춤이다.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에서는 금, 은, 루비, 사파이어 요정의 춤이 생략되고 있고, 캐릭터 댄스의 경우 (볼쇼이 발레단 등이 택하고 있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 버려진 일곱 형제가 거인을 무찌르는 이야기인 ‘Hop-o'-My-Thumb’(주로 ‘엄지 동자’로 번역됨)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호두까기인형>의 ‘마더 진저와 봉봉’ 춤이 그러하듯 신데렐라와 왕자, ‘Hop-o'-My-Thumb’의 춤을 택하고 있는 발레단은 소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축약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오로라와 데지레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이다. 주인공들의 결혼식으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것은 <돈키호테>, <코펠리아> 등 다양한 고전 발레 작품의 특징으로,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추는 그랑 파드되는 따로 갈라에서 공연될 정도로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화려한 기교가 중심이 된다. 그랑 파드되의 코다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한 캐릭터들의 군무와 함께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라일락 요정의 축복과 함께 모든 이들이 오로라와 데지레의 결혼을 축하하며 공연의 막이 내린다.
** 이 안무의 기원이 되는 동화 <파랑새(L'Oiseau bleu)>는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창작한 동명의 동화극인 남매(틸틸, 미틸)의 이야기가 아니라 계모의 계략에 의해 파랑새로 변한 이웃 나라 왕자와 플로린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의 민담에서 유래되었다.
‘고전’을 다시 무대 위로 되살린다는 것의 무게
공연예술 작품에 내재한 역사가 길수록 원작이 쓰여진 시기, 초연된 시기, 그리고 ‘현재’의 시차는 더욱 생경하게 다가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엄격한 형식과 질서 및 조화에서 기인한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서사는 물론 움직임(안무)과 음악에서도 모두 강조되는 작품이다. 특히 서사에서 나타나는 이분법적 코드는 다소 전형적인데, ‘아름다운’ 오로라와 ‘우아한’ 라일락, ‘악한’ 카라보스의 대립처럼 아름다움과 추함을 선과 악으로 등치시키며 여성을 이분화하는 전통적인 시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에서 (영국 로열 발레단 등 해외의 일부 발레단을 제외하면) 카라보스 역에 발레리노를 캐스팅하는 것 역시 이러한 설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마녀 카라보스를 포함해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ée)>에서 희극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리즈의 어머니 시몬이나, 낭만 발레 <라 실피드(La Sylphide)>에서 악역의 포지션을 담당하는 마녀 매지 등 발레리노가 여성 캐릭터를 맡는 관행은 ‘추한(나이가 든) 여성’ 혹은 ‘악한 여성’을 ‘비-여성’으로 재현하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기인한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는 이유는 어느 정도 테크닉을 구현하기 위한 발레라는 장르의 특이성 때문이기에 이를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같은 장르에서 나타나는 관행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고전 발레 작품은 창작된 시대적 배경(절대 군주의 통치 체제를 정당화하는 러시아 황실 발레에 함축된 정치성)과 이에 내재한 인종주의와 가부장제, 그리고 ‘미’를 규정하는 규범적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의 프로그램북에 게재된 정옥희 무용평론가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고전은 시대와 객석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어 더욱 복잡해진 텍스트의 맥락을 통해 이에 관한 담론이 갱신되거나 또 다른 시각을 낳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북 속 기고문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1막의 ‘로즈 아다지오’를 통해 작품에 내재된 오로라의 ‘주체성agency’ 혹은 ‘선택’, 그리고 (깨어남을 통한) ‘성장’을 읽어내는 것은 지배적인 내용을 의도적으로 ‘오독’함으로써 작품을 전유하려는 대안적이면서 창조적인 읽기 방식이며, 이는 고전이라는 텍스트 안에는 항상 또 다른 방향의 ‘읽기’가 가능한 여백의 공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발레의 형식과 움직임, 서사와 캐릭터는 그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 무용수들이 발레라는 장르를 확립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며, 이를 인지해야 특정한 발레 작품과 발레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비평이 가능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이 내게 가르침을 준 것은 바로 고전을 가로질러 읽는 방식이다. 연속적인 흐름과 다양한 층위, 특정한 맥락이 형성된 과정을 고려해야 예술에 대한 동시대의 담론이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고전의 가치는 단순한 쾌의 감정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딜레마를 제시하며 논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고전 발레 작품을 공연함에 있어 또 다른 관건이 되는 것은 작품의 형식 및 구성적인 측면이다. 특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발레단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모든 음악이나 원 안무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으며, 춤과 안무가 지속적으로 축약되고, 재구성되면서 기존의 러닝타임 자체가 축소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는 유니버설발레단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한정되지 않고, 단원 송정빈이 재안무한 국립발레단의 <해적>과 <돈키호테>처럼 기존의 고전 발레 레퍼토리를 새롭게 재안무하는 경우 역시 동일하게 나타난다. 특히 <돈키호테>처럼 작품 구성 상 3막이 넘어가는 경우, 인터미션을 2번 진행하는 것보다 특정 장면을 압축해서 2막이라는 구성에 발레 작품을 맞추는 것을 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고전 발레 작품은 서사, 음악, 안무 및 기교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러한 선택은 고전 발레의 내적인 가치라는 측면에서 다소 ‘양날의 검’이다.
그렇지만 발레단들이 이와 같은 전략을 택하게 되는 맥락과 이유는 다소 명확하다. 발레 마니아층이 아니지만, 발레를 본 경험이 있는 일반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들이 고전 발레 작품에서 주로 서사가 진행되지 않는 부분을 ‘지루하다’고 인식하는 태도를 종종 마주하고는 한다. 고전 발레의 형식과 짜임새는 발레극의 총체적인 완결성과도 직결되어 있기에 이러한 반응은 다소 당혹스럽지만, 동시에 ‘대중성’이라는 요소를 지속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상업 예술 작품의 숙명을 직시할 필요를 느끼기도 한다. 현재 발레를 포함한 무용계 전반의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시장적 가치’를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딜레마는 필연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은 마니아층과 대중성, 완결성과 속도감 사이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공연이 반복되면서 레퍼토리가 정착되는 과정과, 그 레퍼토리가 현재라는 시간성 속에서 다시 공연되는 것이 지닌 가치를 알기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러한 시도를 길게 지켜볼 필요성을 느낀다.
* 이 글에 사용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