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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담 [미술]

안디 골즈워시가 돌을 다루는 방식

by 김민주 에디터
2026.10.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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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가르던 돌담이 연못 앞에서 멈추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반대편 둑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뉴욕주 스톰킹 아트센터에 있는 안디 골즈워시의 「스톰킹 월」(1997–98)이다. 모르타르 없이 돌만 쌓은 이 건식 석축은 길이 약 694.5미터(2,278피트 6인치), 높이 약 152센티미터, 폭 약 81센티미터이며 현장석 약 1,579톤이 들어갔다. 일부 구간은 숲에서 발견한 무너진 옛 농장 담의 잔해 위에 돌을 하나씩 쌓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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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흔히 '숲과 연못을 가로지르는 긴 돌담'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대상은 담의 길이나 경로보다 그것을 이루는 개별 돌이다. 이 글은 돌의 이력, 돌과 사람의 관계, 완공 이후의 시간, 그리고 대지미술이라는 범주가 이 작품에서 갖는 의미를 차례로 살핀다.

       

       

       

      담의 조건


      작품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담보다 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서리가 둥근 돌과 날카로운 면을 가진 돌, 표면의 색과 결이 서로 다른 돌이 한 벽면에 섞여 있다. 일정한 규격으로 절단한 건축 자재의 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불균질함은 결함이 아니라 이 작품의 출발 조건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돌의 형태는 생성되고, 이동하고, 부서지는 긴 과정의 결과다. 균열과 마모, 둥글게 닳은 모서리, 서로 다른 색과 질감은 그 과정이 표면에 남긴 기록이다. 산에서 떨어져 나온 돌과 물에 닳은 돌은 같은 재료로 분류되지만 지나온 시간은 같지 않다. 「스톰킹 월」은 이렇게 서로 다른 이력을 지닌 돌을 한 구조 안에 모은다.

       

       

       

      돌과 석공

       

      모르타르로 고정하지 않는 건식 석축에서는 돌의 모양이 곧 쌓는 방법을 규정한다. 평평하지 않은 돌은 그대로 놓을 수 없고, 한쪽으로 기운 돌은 이웃한 돌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게 만든다. 어느 면을 아래로 둘지, 어떤 돌이 위를 받칠지, 어디에 틈이 생기는지를 돌 하나를 놓을 때마다 판단해야 한다. 한 개의 돌이 놓이면 다음 돌의 조건이 달라진다.

       

      다만 돌을 있는 그대로만 쌓은 것은 아니다. 골즈워시가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을 감독했지만, 실제 석축은 영국인 석공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맡았다. 석공들은 돌을 쓰임에 따라 기초석, 중간 부분의 작고 둥근 돌, 관통석, 상부의 평평한 마감석으로 구분해 준비했고, 필요에 따라 돌을 다듬어 서로 맞물리게 했다.

       

      이 사실은 '작가가 돌에 형태를 부여했다'는 통상적 서술이 이 작품에는 정확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형태는 작가의 구상, 석공의 기술, 개별 돌의 조건이 서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돌을 다듬은 행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이는 돌을 규격품으로 환원하는 가공이 아니라, 각 돌이 놓일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손질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경로가 이탈되었습니다"

       

      연못을 만난 담이 방향을 바꾸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은 이 작품의 두드러지는 조형적 결정이다. 그러나 이 경로는 처음부터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작품은 숲속을 지나는 약 750피트(약 229미터) 길이의 담으로 구상되었다. 기존 담의 흔적과 나무의 위치를 따라가던 담은 큰 참나무 부근에 이르렀고, 거기서 연못 쪽으로 계속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판단에 따라 연장되었다. 이후 연못 반대편 둑에서 다시 이어지도록 한 번 더 확장되어 스톰킹의 서쪽 경계까지 닿았다.

       

      따라서 경로를 결정한 주체는 땅이 아니라 현장 조건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선을 선택한 골즈워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 자연은 작가의 판단을 이끈 조건이지, 스스로 형태를 그려 낸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담이 나무 사이를 통과하고 연못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구성은 자연물을 작품의 배경으로 처리하지 않고 형식 안에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돌, 나무, 물은 각자 독립해 있지 않고, 담이라는 하나의 선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규정한다.

       

       

       

      완공 이후에 일어나는 일


       

      돌은 흔히 불변의 물질로 여겨진다. 제프리 제롬 코헨은 『Stone: An Ecology of the Inhuman』에서 돌을 인간에게 유용한 비활성 물질로만 보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서 돌의 '행위성'은 돌이 인간처럼 의도를 갖고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느린 물질적 변화와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관점이 「스톰킹 월」을 보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작품은 돌을 쓸모 있는 재료로 활용하면서도 돌이 지닌 느린 시간을 소거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놓인 건식 석축은 비와 바람, 계절의 동결과 융해, 이끼와 식물의 성장에 따라 장기적으로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완공 시점의 모습은 담이 거치는 여러 상태 가운데 하나다. 담의 일부가 무너지더라도 작품은 소멸하지 않는다. 이에 따르면 그 시점부터 돌은 인간의 개입이 멈춘 자리에서 자기 이력을 다시 드러낸다.

       

       

       

      범주와 돌

       

      「스톰킹 월」은 흔히 대지미술로 분류된다. 대지미술(Land art, Earth art, Earthworks)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그 이전의 미술은 대체로 갤러리와 미술관 안에서 감상되고 거래되는 대상이었다. 대지미술가들은 이 전제에서 벗어나 사막과 호수, 평원, 숲 같은 실제 장소로 나가 땅 자체를 재료이자 무대로 삼았다.


      이 흐름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먼저 장소가 작품의 일부라는 점이다. 작품은 특정 장소에 맞춰 만들어지므로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의미가 달라진다. 장소에 묶여 있으니 날씨와 계절, 풍화와 식생 같은 자연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고, 많은 작가가 이를 작품의 조건으로 수용했다. 그 결과 작품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때 온전히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과 기록은 작품의 외양을 전하지만, 그곳을 이동하며 경험하는 공간적 관계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 이 변화가 누적되면서 시간 또한 작품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된다. 「스톰킹 월」은 이 특징과 겹친다. 숲의 기존 담 흔적과 나무, 연못을 살피며 경로를 선택했고, 숲과 연못을 따라 이동하며 경험하는 공간적 관계가 작품의 핵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았을 때 '거대한 대지미술 작품'이라는 무거운 소개보다 개별 돌을 바라보고자 했다. 수백 미터의 담은 결국 수많은 돌의 집합이며, 각각의 돌에는 담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어져 온 시간이 있다. 골즈워시와 석공들은 돌을 필요한 만큼 다듬었지만 돌 사이의 차이를 지워 균질한 재료로 만들지는 않았다. 자연 또한 작품의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았다. 인간의 손질과 돌의 조건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이 '돌담'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함께 존재한다. 자연과 호흡하는 가운데, 작품 속의 돌은 맞물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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