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과 고향을 떠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런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떨까?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마음에 구멍이 하나씩 있다.”라는 말로 그 심정을 대변할 수 있을까?
오는 7월 8일 개봉하는 <하나 코리아> 는 바로 그 고향을 떠나온 사람,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조명한 영화이다.
<하나 코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김민하 배우가 탈북 여성 ‘혜선’역을 맡아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가족을 북한에 두고 대한민국으로 온 혜선은 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하나원’에서 적응하는 기간을 거쳐 자리를 잡는다.
낯선 삶 속에서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나아가는 그녀지만, 마치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처럼 언제나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한다.

감독의 시선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덴마크 국적의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을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한국 문화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던 감독이 탈북민의 삶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은 다소 놀랍다. 이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과연 탈북민의 입장을 왜곡하지 않고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섬세한 각본과 연출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실제로 감독은 5년간의 인터뷰를 통해 탈북 여성이 겪은 일들이나 처했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외국인과 탈북민은 둘 다 이방인이기에 한국인이 미처 포착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공명할 수 있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바로 이 지점을 활용하여 탈북민과의 섬세한 공감을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하나 코리아>는 탈북민을 그저 소재로 다루거나 억지스럽게 극화하지 않고 잔잔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여기에는 다큐멘터리 작업물을 해 왔던 감독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카메라가 정적이고 절제된 태도로 대상을 포착하는 것에서 감독의 특징이 드러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인물이 겪는 외로움, 불안, 그리고 자유와 해방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영화가 건네는 것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직접 겪지 못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겪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경험에 대한 지식, 그 경험이 주는 느낌은 직접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나는 평생 탈북 여성의 입장이 되어볼 수는 없지만, <하나 코리아>를 통해서 적어도 그 입장을 체험해 볼 수는 있었다. 영화를 보고 가장 깊게 남은 정서는 끝없는 외로움이었다. 생활이 이전보다 안정되고 자리를 잡아도,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살면서 탈북민과의 접점도, 부끄럽지만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볼일도 많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 코리아>를 보는 순간만큼은 생생하게 그들이 겪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결코 될 수 없는 누군가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