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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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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저녁 여행자극장에서 친구와 연극 ‘짬뽕’을 관람했다. 큰 기대나 흥미 없이 시작된 극은 막이 내린 후 많은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5월 18일’로 날짜가 바뀌기까지 몇 시간이 남지 않은 채 우리는 극장을 빠져나왔다. 박수를 받으며 웃는 얼굴로 등장한 배우들을 끝까지 지켜보았음에도 좀처럼 이야기를 떠나보내기 어려워 마음이 힘들었다.

 

연극 <짬뽕>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창작된 이야기로 극단 ‘산’의 작품이다. 중국집 주인 ‘신작로’가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극 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장사를 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을 관람한 것은 몇 년 전 연극 <빵야>를 관람한 이후 오랜만이었는데 (그 때와 마찬가지로) 극 안에서 살고있는 인물들과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고 또 빠르게 동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극이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무대와 관객이 가깝다는 점이었다. 객석의 수가 많지 않아서 뒷자리에 앉더라도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주름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배우들이 보여주는 진정성이다. 그간 공연을 봐오면서 연기의 호흡에 있어서 한 번도 감탄이 나왔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연극에서는 배우간 대사의 호흡, 자신이 맡은 배역과 한 인물이 되기 위한 노력의 최선이 관객에게 여실히 느껴졌고 그것이 감탄으로까지 이어졌다. 연기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빠져들 정도로 그 인물들 자체로 보였다. 극중 대화 역시 배우들 간의 대사가 오고 맞춘 합으로 느껴지기보다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특히 신작로 역할의 허동원 배우는 대사를 말할 때마다 어느 한 번 과장되거나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그 정도를 완벽히 찾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스님 역할의 배우는 머리를 실제로 삭발하였고 지나역의 배우는 실제 발이 꺾인 건 아닐지 계속 들여다보게될 정도로 한쪽 발을 저는 훌륭한 연기를 통해 배우들이 이 공연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관람했던 연극에서는 캐릭터를 살리는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 당시 배역의 특징이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였는데 실제 배우는 몸이 마른게 느껴져 극의 몰입에 방해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이 공연에서 배역과 배우간의 밀착도가 높다는 게 느껴졌다.)

 

세 번째로는 소품의 실제성이다. 극에서는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 장면에서 실제 음식이 등장하고 극의 시작 전에는 관객 두 명을 무대 위에 올려 짜장면과 짬뽕을 먹게 한다. 개인적인 입장으로 극 안에 관객 참여 구간이 있다면 흐름에 방해가 될까 괜히 불안해지곤 하는데 이 안에서는 오히려 관객을 ‘중국집’이라는 실제 공간으로 초대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훌륭했다고 보여진다.

 

극의 후반부, 사랑하는 애인, 동생, 가족같은 중국집 직원과 신작로는 나들이를 떠나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사진이 찍히고나서 세 명의 식구는 사진 포즈 그대로 멈춰있고 신작로만 그 프레임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신작로의 독백이 시작된다. 이제 프레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신작로는 멀리서 바라본다. (실제로는 사진 한 장조차도 남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 참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심한 욕설이나 싸움 앞에서는 피부가 따갑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 실제 상황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역사의 아픔을 다시 상기하고 그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장르는 블랙코미디다. 공연 내내 웃으면서 공연을 봤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속절없이 눈물이 줄줄 새어나왔다.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이 웃고 화내고 떠들고 장사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봐서인지 신작로라는 인물이 더 이상 극의 인물이 아닌 그 이상의 유대를 나눈 관계로 느껴졌다. 따라서 그 인물의 이야기와 사정에 깊이 동화되었던 모양이다. 인물에게 사연이 생기는 순간 '죽음'은 더 이상 타자의 것으로 무감각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연극은 어떤 작품 장르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희노애락을 지켜본다. 그 과정이 끝난 후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면 더 이상 타인의 죽음이 아닌 누구보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된다.

 

물론 518 민주화운동의 내막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냐고 (신작로가 악몽을 꾸면서 고문을 받는 장면을 재현하긴 하지만 실제 사건에 비하면 다소 약한 수위이자, 재현의 실제성을 따진다면 다큐멘터리적으로 묘사된 극은 아니다.)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평범하게만 느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 서사로 끌어나가는 것이 그들의 삶을 조명할 수 있게하여 좋았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보고 싶다면 역사공부를 하면 될 것이다. 이 작품 내에서는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그 고통과 후유증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좋은 의미로 남아주었다. 5월이 다가오면 이렇게 작품으로 남겨진 것들을 찾아보면서 그들의 희생과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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