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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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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책을 덮으며 작가의 이름 세 글자가 마음 깊이 얹혔다.

 

자전적 경험이 바탕인 에세이를 읽을 때, 보통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찾거나 그 안의 감정에 나를 대입하곤 한다. 하지만 『계절의 이유』는 달랐다. 나는 이고은이라는 사람의 감정의 결, 그것이 문장으로 피어나는 감각 자체가 내가 느끼고 쓰는 언어와 닮아 있어서 놀랐다. 글 쓰는 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문체를 지닌다. 여태껏 닮고 싶거나 동경하는 글을 만난 적은 있어도, 이토록 마음의 결이 닮은 글을 만난 건 처음이라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왜 나는 이 글에서 나를 마주했다고 느꼈을까. 책에 밑줄 친 문장들을 가만히 늘어놓고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기억'과 '인연'이다. 저자는 과거의 기억과 스쳐 간 사람들을 향한 애틋한 노스탤지어를 간직했다. 나아가 그것을 계절의 변화라는 속성 속에서 길어올리고 향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음 챕터를 향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점진적인 미래를 그려냈다.

 

 
내가 머물던 장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모든 기억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에게는 작별을 고하고 싶다.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기에,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한다. (p. 61)
 

 

특히 장소에 대한 기억이 인상적이다. 장소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지 않다. 사라지거나 변하거나. 저자는 장소에 얽힌 기억을 풀어내어 다시 올바로 감아쥐는 과정을 그려낸다.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인간의 방어기제 덕분일까. 문장을 읽는 동안 그날의 습기와 온도, 감정이 애틋하게 살아나 내 개인적인 서사 위로 겹쳐 흘렀다.

 

기억의 배를 가볍게 비워내며 나아간 끝에 '살고 싶다'는 본연의 솔직한 고백을 마주한다. 거칠게 들이치는 파도 앞에서 인간의 본능은 결국 삶을 향해 내달린다. 우리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조차, 실은 그만큼 간절히 살고 싶다는 역설의 반어법이 아닐까. 사계절을 차례로 통과하며 저자가 마주한 희망과 내일이라는 단어 앞에 나는 오래도록 머물렀다.

 

 
살고 싶다. 잊고 있던 기억을 찾으러 온 바다에서, 나는 잊고 있던 '내일'을 발견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온 힘을 다해 달리던 그 짧은 순간, 내 몸의 모든 감각은 생을 향해 곤두서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 계절을 지나와야 했던 이유였고,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기어이 초대장을 받고 나섰던 이유였다. (p. 189)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은 쉽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다. 아무리 다짐해도, 정작 내일이 되면 사소한 일에 무너지고, 기대와 긍정의 나래는 처참히 꺾이기 일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한로로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마음으로 귀결되기 위해 빛의 마음을 내어 쓴다.

 

굴복하는 순간마다 결국은 내가 되고 싶은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 본래의 태어난 특성이 아무리 우울할지라도, 망망대해 같은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지라도 결국에는 희망을 말하는 사람. 『계절의 이유』를 읽으며 알았다. 나 역시 그런 글을 소망하고, 그런 다짐을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동화되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갑자기 행복은 찾아온다. 그리고 슬픔과 괴로움도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여러 가지 색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 되듯, 이 모든 감정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삶이 된다. (p. 86)

 

 

오랫동안 나는 슬픈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여겼다. 기쁨의 순간 몇 없어서 늘 불안해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이라서,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내 안의 우울에 침잠하는 대신, 여전히 기억 속 어린아이를 마음 다해 보듬으며 훌쩍 자란 나의 계절이 여전히 생동감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꽃이 지는 이유가 다시 피기 위함이듯, 내 삶의 계절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이유 또한 더 단단한 나로 거듭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다음 계절이 건넬 새로운 이유를 기다려 본다. (p. 207)
 

 

화려한 성공이 아니어도 오늘을 버티고 계절을 통과해 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저마다의 빛을 내고 있다는 작가의 다정한 위로를 안고, 이제 그가 책에 남겨준 친필 구절로 돌아간다.

 

"오금미님, 지나온 모든 계절이 아름답게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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