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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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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간극장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는 종종 내 삶만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생각은 쉽게 깨진다.

 

우리가 자주 접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단연 인간극장일 것이다.


자취를 하다 보니 집에 TV가 없어서 공중파 방송은 예전처럼 자주 보지 않게 됐다. 그런데 요즘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우연히 릴스로 한 장면을 보게 됐고, 결국 나는 홀린 듯 유튜브로 전편을 다 찾아보게 됐다. 짧은 클립 하나로 시작된 시청이었지만, 이상하게 멈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따라가는 일인데도 마치 내가 그 집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인간극장 ‘거침없는 소리가 온다’ 편이다.

14개월 이안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소리 씨와 정수 씨. 사회복지 대학원 동기로 만나 연애 끝에 결혼한 다섯 살 연상연하 부부다. 뇌병변 장애가 있지만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소리 씨는 올해로 11년 차 서울시 소속 지방 공무원이다. 그리고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게 되는데…


그들의 하루는 특별하게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정말로 살아가는 시간들이었다. 아이를 돌보고, 출근을 준비하고, 사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장면들이 누군가에게는 수없이 반복해야 겨우 익숙해지는 일이라는 사실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실 나는 ‘뇌 병변 장애’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인해 일상 생활 동작에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 소리 씨는 이 장애로 몸이 불편하다. 그런데도 화면 속 소리 씨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고, 불편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내는 속도가 아니라 해내려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내가 이 부부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소리 씨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일반 학교를 졸업하고 2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대학원 동기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낳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 과정. 이 모든 건 사실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들이다.


또 그들은 이 과정들을 특별한 서사로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라면 충분히 자랑처럼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저 해야 해서 했다는 듯 담담하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는 ‘대단하다’는 감정보다 내가 얼마나 쉽게 포기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늘 시작하기 전에 조건을 따졌다. 지금 이걸 해도 될까, 더 나은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준비가 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지 않을까. 이래서 저래서 나는 못해.

 

하지만 화면 속에서는 그런 ‘준비된 순간’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능한 만큼 해내왔던 시간들뿐이었다.


복직 이튿날, 소리 씨는 유독 눈에 띄는 화려한 색의 코트를 입고 출근한다. 그리고 말한다.

 

“어차피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 튀게 입자. 어차피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그러면 예쁘게라도 입어야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도 소리씨가 말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일 테고 또한 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써서 머뭇거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뛰어넘는 소리 씨의 긍정. 사랑스럽다.

 

업무 중 작은 집게를 집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작은 집게로 서류를 집으려 해도 잘 안되자 "안돼요?" 라고 하는 카메라 감독님의 말씀에, 소리 씨는 웃으며 말한다.

“이런 건 안 되면 열 번 하면 돼요”


나는 그동안 한 번에 안 되면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몇 번 더 해보는 선택 대신 다른 이유를 찾는 쪽이 더 빨랐다.


소리 씨에겐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소리 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것들로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결국 삶의 방향을 무한히 바꾼다는 것도.


휴먼다큐의 목표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성찰하는 데 있다면, 이 편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는 그동안 환경이나 조건을 이유로 많은 것들을 미뤄왔고 쉽게 포기해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의 문제였다.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 나의 의지.

 

오늘도 나는 어떤 변명을 하며 살고 있는가.

 

소리 씨의 사랑스러운 가족과 앞으로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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