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들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설명하자니 저걸 포함하지 않는 거 같고,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자니 이번엔 또 다른 걸 다루지 않는 것 같고. 게다가 사람마다 시간마다 환경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게 감정인데 정답이 있을까.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없이 큰 부모님의 사랑이다. 내가 아플 때 당신은 피곤한지도 모르고 열을 내리고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 움직이셨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가 되었던지 같이 가 주셨다. 또 시간이 비는 때면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서 데려가 주셨고. 당신들이 당신들의 자녀를 위해서 행하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 사랑이 묻어남을 부정할 수 없다.
내 미래에 대한 걱정도 당신들의 사랑이고 내 잘못에 대한 잔소리 역시 당신들의 사랑이다. 물론 걱정과 잔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완전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지나고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건네주며 너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고 말하는 당신들의 모습에 감사하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가족(부모님은 앞에서 이야기했으니 부모님 말고 다른 가족들!)들의 사랑이다. 부모님과 더불어 나에게 한없이 큰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가족이다. 언제나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이 듬뿍 담긴 걱정을 하는 모습은 사랑이다. 오빠와 사촌 언니와 다른 친척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모두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건 친구들이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웃음이 나온다. 눈만 마주치고 있어도 나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물씬 묻어 나오는 친구들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이다. 가족 이외의 타인 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언제나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의 취향을 기억해준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같이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정적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관계, 그 관계가 정말 소중한 관계라고. 가족이 아닌 이들 중 그런 관계인 친구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바로 ‘사랑’이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그 말이 진심이 담긴 말인지 대충 대답하는 말인지를 느낄 수 있다. 어째서 그걸 구별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눈빛이나 행동만으로도 나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얼마나 사랑해주고 있는지를 느낀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보면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랑이 보인다. 이 사람과의 대화가, 시간이 즐겁길 바라고 이 사람의 삶과 취향이 궁금한.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을 사랑한다. 말로 내뱉기는 부끄러워서 글로 표현하거나 속으로만 내뱉더라도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선물을 살 때면 그들에게 줄 것도 취향에 맞춰 같이 골라버리고 마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그들에 대한 커다란 사랑이 매여졌다. 그리고 그 사랑은 무의식적으로 내 행동과 말에 묻어났고 그럴 것이니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것이다.
따라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이다. 그 감정은 숨길 수 없는 감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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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적은 글에서 일부를 다시 가져와 보았다.
그런 관계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친구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봤던 이는 딱 두 명이다. 심지어 그 친구들 모두 ‘그렇게까지?’라고 할 정도로 무겁고 희생적인 생각이라 나도 쉽게 꺼내기는 어렵고 적기도 힘들다.
어쨌든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관계를 가늠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 한층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쓴 이후에 다시 한번 그 두 명 중 한 명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는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놀라웠었다고 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사랑이란 그토록 무겁다는 걸 적고 싶다. 그리고 한 번 사랑을 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건 나의 일상이 되는 것도. 나에게는 사랑이 그런 것이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