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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관람하다 보면 간혹 그림 속 인물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쩐지 몰래 훔쳐보다가 들킨 기분이 들기도 한다. 꼭 화풍의 섬세함이나 묘사의 정교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생명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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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율 작가의 저서 <위험한 그림들: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우리가 보다 더 당당한 역사의 목격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역사의 한 조각을 포착한 그림 속에서 인물들의 무수한 서사를 짚어내고, 이를 통해 온전한 맥락을 읽어내는 경험을 제공한다. 맥락을 흡수하고 나면 인물의 표정은 물론 옷이나 소지품, 구석에 작게 그려진 사물 하나조차 달리 보이는 '위험한' 순간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그림', 그 이상으로


 

책 속에 소개된 그림 중 몇몇은 교과서나 미디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기에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동시에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이미 수십 번씩 보며 익숙해졌던 그림일뿐더러, 해당 작품에 대한 기본 상식 또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과연 더 알아갈 점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 챕터를 읽자마자 그러한 걱정은 무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발견에 대한 비하인드부터 '조작 의혹'까지, 기계적으로 외워 왔던 상식 이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벽화가 동굴 깊숙이 그려진 것은 그 그림을 보존하기 위함이었다는 부분을 읽고 당시 인류를 멀고 먼 '원시인'으로만 여겼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벽화가 발견되었을 당시의 사람들도 벽화의 정교함이나 그 가가 얼마나 놀라웠으면 그것이 조작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을까?


이처럼 한 챕터씩 읽어 나갈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림들은 사실 '안다고 생각했었던'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이면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추적해 나가는 기분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아는 사람'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그림은 아무래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해당 작품에서 부각된 인물 외에, 그 주변의 인물들에게 시선을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인물이든 그렇지 않든, <위험한 그림들>에서는 여러 인물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거나 흥미로운 사실을 설명해준 덕분에 한 챕터씩 읽어나갈 때마다 수많은 '아는 사람'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당시 플라톤은 젊은 나이였으나 그의 현명함을 드러내기 위해 노인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나, 이반 4세가 그의 아들을 죽이게 된 과정까지 주변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 한 장면에 도달하기 위한 서사 등 상세한 속사정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 챕터를 읽고 그의 기구한 사연과 운명을 알고 나니 '9일의 여왕'이라는 칭호로만 알려지기에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니 그의 표정이나 몸짓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레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나 사연이 궁금해진다. <위험한 그림들>은 이러한 무수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어 캔버스를 사이에 두고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같은 상황, 다른 그림


 

<위험한 그림들>을 읽으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삽화였다. 가장 메인이 되는 삽화는 한 장 가득 인쇄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찬찬히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해당 사건과 관련된 다른 그림들이나,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명화들을 삽입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다루었던 챕터에서 여러 화가가 그린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비교하고, 또 왕비였을 시절과 처형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비교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에서 비극을 앞둔 초라한 모습까지. 텍스트와 그림을 통해 인물의 생애를 따라갈 수 있어 '읽는 경험'을 넘어 역사를 흡수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 특정 그림이 마음에 와닿을 때, '내가 이 그림에 대해 더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종종 있다. 그러한 지식을 갖고 그림을 관람했을 때 내가 볼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확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그림들>은 캔버스 위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역사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인물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현장의 소음과 공기를 느끼며 격동적인 세계사의 흐름을 뚜렷한 시선으로 목격해 보는 건 어떨까. 화폭 위에 남겨진 그들의 시간을 조금 더 당당하게 훔쳐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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