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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유학 시절, 지친 하루를 버티게 해준 시간은 늘 식사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전문 영어를 듣고 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피로했고, 매일 먹는 느끼한 양식과 빵은 점점 입에 맞지 않았다. 가끔은 유학 생활 그 자체가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한식을 먹는 식사 시간이면, 나는 비로소 유학 온 사람이 아닌 한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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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모습

 

 

사실 나는 요리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웬만해서는 요리다운 요리를 하지 않는다. 요리하는 행위 자체는 그나마 괜찮지만, 요리 후 뒷정리가 번거롭다고 생각되어서 인 것 같다. 보통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 하는 성격이라 설거지까지 꼼꼼하게 하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편이었다.

 

그러나 학교에는 몇 개의 카페와 식당이 있었지만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메뉴는 대부분 햄버거나 훈제 닭고기처럼 단조로웠고, 카페에서는 크루아상이나 샌드위치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 학교 내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토마토 소스 베이스의 파스타나 밥 메뉴가 반복되었다.

 

몇 년 동안 비슷한 음식을 먹다 보니, 어느 순간 식사 시간이 기대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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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한국식 고구마 피자와 딸기 스무디

 

 

이 때문에 유학 시절 요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비싼 외식비, 한식당이 거의 없는 환경,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이 따로 있다는 이유로 결국 직접 요리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요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게 바로 '밥 친구 (Dining Buddy)'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했고, 한식이 낯선 외국인 친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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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밥친구들과 만든 한국식 파스타와 떡볶이 그리고 한국 반찬들

 

 

신입생 때는 우연히 친해진 같은 학과 동갑내기 한국인 친구 그리고 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우연히 옆 자리 앉았던 한국인 유학생 언니와 함께 '밥친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한식당이 전혀 없어,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떡볶이 같은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

 

각자 식탁이 없는 1인실에 살았던 우리는 매번 한 방에 모여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심적으로는 가장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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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밥친구들과 만든 김밥

 

 

이후 코로나로 인해 긴 휴학 기간을 가지게 되면서 나의 밥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바꿔었다.

 

새로운 나의 밥 친구들은 바로 새롭게 친해진 학과 친구들이었다. 언제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는 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한국 음식에 관심있던 아시아 친구들에게 한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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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밥친구들과 만든 자장면

 

 

그러다 보니 매주 금요일 저녁 '코리안 푸드 나잇'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한국인 친구와 내가 할 수 있는 한식 요리 위주였지만, 점점 친구들이 먹어보고 싶은 한식 메뉴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메뉴는 점점 다양해졌고, 한식뿐 아니라 서로의 나라 음식을 나누는 '아시안 걸스 나잇'으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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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때 모여서 먹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

 

 

금요일 밤이나 설날,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였다. 함께 요리를 하고,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있었고, 때로는 다음 날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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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생선전 (대구전)

 

 

어느덧 마지막 학년이 되었고, 우리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각자의 일정이 바빠지고, 기숙사도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나 역시 요리할 여유가 없어지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 시기에는 음식 때문인지 몰라도 유독 우울감과 불안,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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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먹은 육개장

 

 

그러다 가끔 런던에 갈 일이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그때 처음으로, 음식이 단순한 끼니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말이다.

 

예전에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긴 했지만, 굳이 한식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음식에 크게 집착하는 편도 아니였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위로하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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