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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원래 콘텐츠 리뷰를 쓸 때는 가능한 한 정제된 표현과 정돈된 문장을 사용하려는 편이다. 문장을 다듬고, 표현을 고르고, 글의 흐름을 차분히 정리하는 일 역시 리뷰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볍게 즐기기 좋은 드라마나 영화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작품이 주는 산뜻한 감각을 전달하는 데 조금 더 편안한 말투가 어울리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오늘의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월간남친’이다.

 

 

 

연애도 구독할 수 있나요?


 

 

 

처음에 드라마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다소 엉뚱한 상상이 먼저 떠올랐다. ‘월간남친’이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주인공이 한 달마다 남자친구를 바꾸는 이야기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지수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어딘가 그럴듯한 설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이 드라마의 진짜 설정을 알게 되었다. 작품 속에는 ‘연애 구독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상 현실 서비스가 등장한다. 잠든 동안 뇌파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고, 그 안에서 무려 900명의 남자와 연애를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다. 

 

대체 누가 이런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할까 싶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그 필요성이 꽤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구독료 이외에는 별다른 비용도 들지 않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남자를 만나 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인물로 바꾸면 된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인 부담 역시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서비스는 꽤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속 남자들이 하나같이 눈길을 끄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현실 생활에 지쳐 연애할 여유도 없는 웹툰 PD 서미래. 

연애 구독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만남과 설렘 가득한 데이트를 경험한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지도?

 

- '월간남친' 시놉시스

 

 

 

900명의 남자와 연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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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연기하는 드라마의 주인공 '서미래'는 웹툰 PD다. 악명 높은 웹툰 작가 윤송의 담당 PD가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이 ‘연애 구독 시뮬레이션’ 서비스의 리뷰어 역할을 맡게 된다. 퇴근 후 혼자 보내는 조용한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미래에게 이 제안은 처음에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리뷰 비용이 지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서비스를 체험하게 된다. 오랜 시간 만났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연애라는 감정에 어느 정도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미래에게 이 제안은 조용한 변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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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접속해 보니 이 시스템의 완성도는 생각보다 훨씬 높다. 감각은 자연스럽고 상황의 몰입도 역시 상당하다. 가상 세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 연애를 경험하는 듯한 감각이 만들어진다. 어느 날은 대기업 비서가 되어 회장과 연애를 하고, 또 어느 날은 새내기로 돌아가 학교 선배와 인연을 맺는다. 때로는 승무원이 되기도 하고, 의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간다.


예고편만 보면 남자 주인공이 굉장히 많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드라마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설정상 ‘연애 시뮬레이션 속 900명의 남자’ 가운데 일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분량이 비교적 많은 배우는 서강준과 이수혁 정도이고, 나머지는 특별 출연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체감상 몇 초 정도 등장하고 지나가는 인물도 적지 않다. 이렇게 많은 배우들을 어떻게 캐스팅했을까 싶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는 구성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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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화려한 캐스팅 속에서 실제 남자 주인공은 따로 있다. 서인국이 연기하는 ‘박경남’이다. 그는 미래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PD이자 라이벌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고 냉정한 태도 때문에 미래에게 꽤 미운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의 변화를 겪게 되는지, 그리고 가상 시뮬레이션 세계와 이 인물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는 작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 서사가 서서히 드러나며 작품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함께 높여 간다. 그 과정 속에서 미래가 가상 시뮬레이션을 대하는 감정 역시 점차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박경남이 자리한다. 

 

 

 

각자가 선택하는 '월간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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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드라마는 가볍게 즐기기에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나 역시 하루 만에 전부 볼 정도로 재미있게 시청했다. 물론 전개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언제부터 현실적인 이야기만을 다뤄 왔던가. 오히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떠올려 보면 이 작품이 제시하는 설정 역시 완전히 허황된 상상처럼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수의 얼굴만으로도 이 판타지적인 설정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반응을 조금 찾아보니 의견도 꽤 다양했다. 누군가는 서강준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서인국이야말로 진짜 남자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응들이 드라마의 설정과도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이 작품의 세계관 자체가 ‘다양한 인물과의 연애를 체험하는 서비스’이다. 누가 더 매력적인지에 대한 각자의 선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 드라마가 설계한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반응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취향에는 정답이 없기에, 각자가 마음에 드는 인물을 선택하고 그 관계를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이 작품이 의도한 또 하나의 즐거움처럼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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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꿈의 내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기도 하고, 현실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월간남친'은 이 같은 상상에 ‘연애’라는 목적을 하나 더 얹은 확장된 버전처럼 느껴진다. 물론 인간의 무의식을 완전히 조정하고 감각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기술이 당장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가상의 경험을 점점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 가고 있다.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몇 년 전만 해도 공상 과학처럼 들리던 기술들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에서 출발해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시간이 지나 실제 기술로 구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쩌면 앞으로의 시대에는 이런 상상들이 계속 등장하고, 우리는 그때마다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간이 어떤 경험을 원하고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움직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상상력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작품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이런 장치가 실제로 개발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현상이다. 어쩌면 그런 상상과 바람 자체가 이미 이 드라마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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