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누구라도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무언가는 누군가에게는 산책이 될 수도, 뜨개질이 될 수도 있다. (그 덕분인지 나의 주변에는 소위 말하는 ‘프로 산책러’, ‘프로 뜨개러’ 친구들이 가득하다.)

   

이 행위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어떤 동작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걸음을 내딛고, 실을 얽고 풀어내는 행위를 그저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그러한 순간들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들은 조금씩 힘을 잃는다. 반복적인 움직임의 흐름 속에 섞여들며,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린다. 마치 커다란 돌이 강물에 부딪히고 부서지며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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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불안’에 대한 작품을 참 많이도 그렸던 것 같다.

 

나의 불안을 담아 그린 그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때 한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건네셨다. “그럼 이 그림 또한 불안에 대한 치유적인 행위의 일부인 건가요? 반복적으로 붓질을 하며 얻는 위안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행위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했음에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림이, 반복적인 행위가 주는 위안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캔버스와 스케치북 앞에서 보낸 시간들, 책장을 의미 없이 넘기던 순간들,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장을 흘려보내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결코 헛되이 지나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시간을 ‘허송세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은 오히려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취미’라는 가벼운 이름으로 불리던 일들이 사실은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위안들이었음을,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 그림 또한 그런 시간 속에서 태어났다. 의도를 명확히 세우고 계획적으로 완성한 그림이라기보다는, 반복되는 붓질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얻어 간 장면에 가깝다. 불안이나 생각들은 결코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저 색을 쌓고 선을 반복하는 동안 마음 어딘가가 조금은 잔잔해진다.

 

아마도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라기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고 건너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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