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말의 진가를 깨닫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별이 아쉬운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상대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다.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이별을 마주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약, 혹은 이별로 하여금 인연을 마무리 짓겠다는 결심. 기약과 결심, 갈림길에 서기도 전에 헤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된다. 아쉬움은 곧 어려운 이별을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유한한 시간은 결코 매번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 그래서 나는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시작되는 만남과 필연적인 이별.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사이에도 함께한 시간이 남기 때문이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끝이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아쉬울 때 헤어지라는 그런 말처럼,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위로받곤 한다. 나는 종종 가까운 그 누군가가 아닌 내 삶에 불쑥 들어온 제삼자에게서 따듯함을 느낀다. 떨어진 지갑을 주워주는 학생도, 슬픈 얼굴 하지 말라며 쿠키를 건네는 빵집 사장님도, 자리를 양보해 주는 행인도. 잠깐이라도 내 곁에 머무는 찰나의 행복이 있다.

오늘의 주제는 쉬운 만남과 어려운 이별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기분 좋은 시간.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없어도, 기쁨을 나눌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게임, JOURNEY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JOURNEY, 저니는 창의적인 게임 방식과 특유의 몽상적인 분위기를 지닌 인디게임으로, 연출과 OST는 물론 철학적인 주제로 큰 호평을 얻은 게임이다. 아무런 공략 없이 사막 속을 탐험하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그 속에는 나름대로 깊은 스토리와 철학이 숨어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전례 없는 온라인 플레이 방식에 있다.
이 게임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한다. 게임 속 사막에는 채팅과 닉네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붉은 로브를 두른 두 플레이어는 ‘동행자’로서 서로를 마주한다. 서로를 마주하는 것, 그뿐이다. 둘은 겨우 발자국과 조그마한 몸부림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저니의 플레이어들은 발자국으로 하트를 그려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귀여운 이야기가 있다.
우연히 마주친 동행자와 여행을 함께한다면, 혼자일 때보다 더 높이, 더 많이 이동할 수 있다.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도 동행자와 힘을 합쳐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둘이 어떤 즐거운 여행을 했대도, 둘은 결코 서로를 알아볼 수 없다. 쉬운 만남에서 시작되는 소중한 시간들. 2시간 내외라는 짧은 플레이타임은 아쉽게도 필연적인 이별을 의미한다.

모든 게임이 끝나고 혼자가 될 때, 비로소 엔딩 크레딧에서 동행자의 아이디를 발견할 수 있다. 서로를 다시 만날 방법은 없다. 아마 있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운명처럼 시작된 만남이 통보로 끝나도 즐거움은 여전하다. 이름도 모른 채 끝나는 관계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만남과 그들이 베푼 친절에 깊이 감사한다. 스쳐 지나간 누군가 덕분에 조금 더 멀리 날 수 있었던 순간, 그게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따듯한 동행자가 되고 싶다. 잠시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사람!
저니 속 모래 산을 걷는 것처럼, 우리는 결국 각자의 산을 오른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상에서 나는 스쳐 지나가더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한번 울리는 신호처럼 서로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