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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는 종말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앤솔로지이다.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화산 폭발부터 게임 세계 속의 종말까지 다양한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시네필(들)의 마지막 하루>이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 소설 속 지구가 꽤나 평화롭다는 점이다. 종말을 앞두고 고통 없는 죽음을 위해 동사무소에서 안락사 약을 나눠주는가 하면, 지구의 마지막 날임에도 출근을 하고 공공시설을 지키는 이들이 존재한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그려지던 온갖 범죄행위로 자행되는 광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얼핏 보면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 끝이 예정되어 있지 않던 평범한 나날들 중 하루를 보는 것만 같다.


둘째, 세 주인공들의 만담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영화 이야기와 트위터를 언급하면서 흔히 말하는 ‘대중문화예술오타쿠’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이 ‘시네필’이 아님을 계속해서 어필한다. 매년 부산영화제를 가는 현은 '진짜 시네필들은 하루에 영화 네 편 이상을 보지만 자신은 하루에 두세 편밖에 보지 않고 남는 시간에 맛집도 찾아다니기 때문에' 자신은 시네필이 아니라 말한다. <듄>을 아이맥스에서만 4번 보았다는 승필은 '포스터 좀 모으려고 다회차 관람하는 사람이 진정한 시네필이라 할 수 있냐'며 자신보다 더 많이 본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여러 번 접해본 익숙한 대화이기도 하다. ‘진정한’ 시네필의 기준이나 서로서로 자신은 ‘시네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발을 빼는 영화광들의 모습 말이다. 어찌 보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들의 논쟁은,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하지만 시네필은 아닌 사람이라 그런지, 지루하긴커녕 주인공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게 만든다.

 

멸망이 하루도 채 남지 않는 날, 보고 싶은 영화를 찾기 위해 떠나는 그들의 여행은 (승필의 언급처럼) 청춘 로드무비의 도입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머와 가벼움의 포장 아래에서도 미쳐 숨겨지지 못한 암울한 종말의 흔적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살과 일상 곳곳에 보이는 죽음, 중간중간 끊기는 대화들.

 

하지만 동시에, 짧은 모험과 실없는 대화, 세상의 마지막 앞에서 찍은 동영상 같은 모습의 종말이라면 꽤나 괜찮은 마무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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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말 이야기가 가득한 우리네 세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지구의 끝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정말 어딘가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러 오진 않을지,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류가 멸망하진 않을지. 그것도 아니라면 운석, 전염병, 전쟁 등등.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마저 이미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금, 이 책이 보여주는 약간은 낯선 종말의 모습들은 다시금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만들어준다. SPC 컨셉의 이야기부터 가위바위보라는, 종말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주 사소한 놀이까지 말이다.

 

새로운 종말의 모습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일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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