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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다. 평소처럼 눈을 감고 누웠는데 이상하리만치 많은 잡생각이 드는 날. 자려고 노력해 봐도 결국 소란스러운 마음에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게 되는 밤. 분명 오늘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잠 드는걸 도와줄 노곤한 피로 없는 하루를 보낸 것도 아닌데. 그럴 때는 좀 억울한 마음이 든다.


그런 밤에는 생각의 고리가 끊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뭐가 먹고 싶네, 뭐를 사고 싶네 한다. ‘배고파서 잠을 못 자나’ 생각을 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은 멀어진 인연들이 생각나고, 그때 그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선명히 기억나기도 한다. ‘거기서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됐나’ ‘그때 그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우리가 멀어진 게 꼭 내 탓인 것만 같아 조금은 시무룩 해졌다가, ‘아냐, 한쪽만 못해서 멀어지는 건 없어’라고 하며 결국 나를 감싼다.


늘 비슷한 결론에 이르는 의문이기에 여기서 슬슬 생각을 정리하면 다행히 잠에 들 수 있다. 그런데 ‘눈물버튼’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틱틱대기도 하지만 가족사랑이 남다른 나는 꼭 그런 밤에 가족 생각을 한다. 엄마 아빠한테 성질냈던 거, 오빠한테 무관심했던 거, 나만 맨날 혼자 맛있는 요리 해먹는 거. 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육십이 다 되도록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는 지금까지 정정하신데, 내가 육십이 되면 엄마 나이는 아흔이 넘네. 그런 것도 슬프게 느껴진다.


그렇게 눈물의 고비를 한 바탕 넘기고, 여기서 별안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어버리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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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사실은 자정이 지나 이미 ‘오늘’인)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일이 지금 잠드는 것이란 걸 아는데도. 누워서 생각만 할 때는 어쩜 그렇게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지.

 

아마 지금까지 새벽에 세운 거창한 계획들과 다짐을 반의 반이라도 실천했다면 나의 세상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밤들을 여러 번 지나고서야 안 것이지만 나는 참 욕심이 많다. 내일의 나에게 바라는 게 많다는 건 오늘의 하루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니.


불면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를 구하는 건 언제나 내일에 대한 기대였다. 내일의 나에게 지금의 후회와, 바램이라는 파일을 모아서 ‘전송’ 버튼을 누르고서야 비로소 옅은 잠이라는 보상을 받아왔다.


‘잠 못 드는 밤’에 관해 언젠가 들었던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옮기자면, 어느 누구와도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과 감정이라는 점에서 지독하게 외로운 것이라고 했다.

 

비록 그때의 밤들은 혼자서 다 지나왔지만, 이렇게라도 나의 감정을 나눈다면 환한 낮에, 혹은 이른 저녁에, 그것도 아니면 긴 긴 새벽에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서, 또 나에게서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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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보내지 못하고 끝나버린 어제와, 뜬 눈으로 급히 맞이한 오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수 없이 외롭게 헤매던 나의 밤들.


오지 않는 내일을 끌어당기며 덮어봐도,

긴 새벽 허리의 반의 반도 미치지 못할 만큼 터무니없이 짧아

차디찬 휑함을 느껴야만 했던 시간들.


이젠 그리 어렵지 않게 아침을 맞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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