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에이터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형태는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언제나 뭐라도 만든다.
어떤 때는 나의 세계를 담고 어느 날은 누군가의 세계를 체험한 느낌을 풀어내기도 한다. 나만 좋고 끝나려고 하는 일은 아니다. 내가 만든 것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 어떤 때는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한다. 나는 쇼어(Show-er)다.
인내심과 참을성을 잃어가는 사회다. 3초 안에 사로잡지 못한 영상은 사멸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사회는 거의 20년 가까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사람들은 글이 머리만 들이밀어도 몇 걸음 뒤로 물러난다.
다행인 것은 글은 영상보다 짧다. 한 줄, 혹은 단어 몇 개만으로도 여기에 공감을 향한 당신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다. 영상은 3초지만 짧은 문장은 1초면 충분하다. 글이라는 무기를 잡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못해도 3배 이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연애편지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글로 전달해 그 사람도 날 좋아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카페에 대해서도 그렇게 접근하면 부담이 적을거에요.
카피라는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줄 모르는 크리에이터는 이윽고 사라진다. AI가 그나마 존재하던 기술이라는 벽을 시원하게 밀어버린 덕분에 과열된 시장이라 생존이 더 어려워졌다.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시장도 이제는 소통과 이해로 말미암은 공감을 요구한다. ‘이거 내 이야기잖아?’를 끌어내지 못하는 콘텐츠는 스쳐 지나간다. 기계와 기술로는 불가능한, 감정과 경험에 기반한 인간으로서의 소통으로부터 나오는 카피 한 줄로 붙는 진검승부에서 이기는 사람이 모든 걸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경기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이지만 읽다 보면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 참 많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만 하던 것들을 구체적인 형태의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데 뛰어나다. 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그렇게 쓰는 거 아니냐고 생각만 했던 것들을 카피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어떻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당연함의 다른 이름은 공감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진 않는 것으로부터는 공감이 나오지 않는다.
보는 사람은 간절하지 않지만 보여주는 사람은 간절하다. 보는 사람은 아무거나 골라서 보면 그만이지만 보여주는 사람은 내 것을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니 카피를 배워야 한다. 길어도 한 줄, 보통은 그보다 짧은 몇 개의 단어로 사람들이 내 것을 보게 만들어야 한다. 시간에 쫓기고, 넘쳐나는 콘텐츠에 쫓기고, 까다로워진 사람들에게 쫓긴다.
공들여 만든 한 줄의 카피는 그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지치지 않는 하체 근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