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카와 토모히로는 초자연적 현상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것을 일상의 지극히 투박한 틈새로 무심하게 밀어 넣는다. 흔한 장르물이 비일상을 ‘환상’으로 소비하며 관객을 현실 밖으로 도피시킬 때, 마에카와는 반대로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일상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 가설 위에 서 있는지를 폭로한다.
그의 무대에서 관객은 처음에 설정을 부정하다가, 이내 그 기묘한 논리에 잠식당한다. 결국 막이 내릴 때쯤 우리가 돌아갈 ‘정상적인 세계’가 오히려 더 괴상하고 허구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마에카와가 사유를 전복하는 방식이다.
이번 <함수 도미노>의 재연에서 극단 LAS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이미 <미래의 여름>을 통해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도달하는 진실’을 훌륭하게 연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LAS는 울타리 안팎의 사람들을 어떤 작위적인 해설 없이도 묵묵히 조명해냈다. 어린 나와 어른 나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련한 죄책감, 애정, 그리고 끝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을 과장 없이 무대 위에 안착시켰다. 이러한 LAS 특유의 ‘건조하지만 밀도 높은 시선’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마에카와의 문법과 완벽한 공명을 이룬다. 현상을 억지로 해석하려 들지 않고 그저 ‘바라봄’으로써 관객의 내면에 파동을 만드는 그들의 연출 방식이, 이번 <함수 도미노>의 기이한 논리 앞에서는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도심 한복판,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기이한 교통사고에서 시작된다. 목격자들은 ‘투명한 벽’에 부딪힌 듯 완파된 차량을 설명하지 못한다. 극은 보험조사원의 시선을 빌려 ‘도미노’라 불리는 초자연적 존재, 즉 ‘기적을 산출하는 함수’의 실체를 추적한다.
여기서 우리는 마에카와가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우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동시에 안도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 잔혹한 우연이 특정 ‘함수’에 의해 도출된 결과라면 어떨까?
연극 제목이 왜 함수일까? 수학에서 함수는 입력값이 있다면 반드시 결과값이 정해지는 결정론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우연을 함수로 치환하는 순간, 기적은 데이터가 되고 운명은 시스템이 된다. 명확히 산출되는 결과값 앞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낄까, 아니면 자신의 삶이 거대한 도미노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허무에 직면할까?
<함수 도미노>는 단순히 기적의 유무를 묻지 않는다. 인과라는 명분 뒤에 숨어 우연의 공포를 외면하려는 인간의 비겁함,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는 ‘도미노’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건드린다. LAS가 <미래의 여름>에서 보여준 그 담백한 통찰이, 이번에는 기적과 함수라는 모순된 틀 안에서 어떤 비극적 아름다움을 길어 올릴지 기대한다.
<함수 도미노>는 2026년 2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