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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 중심에 서 있다.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론』을 통해 설파한 진리는 명확하다. 인간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에게만 몰입하게 만드는 자기중심성이라는 원심력이 작용하며, 관계의 성패는 이 힘을 거슬러 타인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이는 구심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5년 12월, 1936년 발간된 고전의 권위 있는 해설서인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이 출간되었다. 이번 ‘키네기 마스터 에디션’을 집필한 홍헌영 마스터는 데일 카네기가 설립한 ‘데일카네기트레이닝 Dale Carnegie Training’에서 부여하는 최고 등급의 트레이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여 명, 아시아에 3명, 그리고 한국에서는 유일한 ‘카네기 마스터’인 그는 카네기의 원칙을 왜곡 없이 현대적으로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이 책은 고전적 통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며 우리에게 다시금 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진다.

 

 


관심과 취조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선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만 몰입하게 만드는 ‘자기중심성’이라는 원심력이 작용한다. 카네기의 원칙들은 이 원심력을 거슬러 타인이라는 우주를 향해 나아가게 돕지만, 많은 이가 실천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곤 한다. “순수한 관심을 가져라”라는 조언이 무색하게도, 순도 높은 호기심은 의지만으로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자칫 관심과 취조 사이의 경계를 넘어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실천을 더욱 주저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 해답을 ‘진정성’이라는 단어에서 찾는다. 9번 원칙인 “상대방에게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에 카네기가 이례적으로 붙인 단서, “단 성실한 태도로 해야 한다(Do it sincerely)”는 지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여기서 성실함은 단순히 부지런히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세계에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정하는 ‘태도’의 문제다. 만약 질문이 겉돌고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상대를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보려는 마음의 여백이 부족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눈치라는 ‘불안’을 관심이라는 ‘호기심’으로 치환하기


 

우리는 종종 상대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못 하거나, 반대로 관심을 빙자해 무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카네기의 원칙은 단순히 입을 닫는 소극적 방어가 아니다. 가령 ‘논쟁을 피하라’는 원칙은 의견 없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을 소모적인 언쟁으로 변질시키지 말라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19번 원칙 ‘보다 고매한 동기에 호소하라’이 가식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화법보다 ‘관계의 기초’가 선행되어야 한다. 설득이 ‘어떻게 말하느냐’의 기술을 넘어 ‘누가 말하느냐’라는 존재의 신뢰도로 결정된다는 통찰은, 우리가 왜 타인과의 어색함 속에서 질문을 쥐어짜야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평소 작은 관심과 호감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질문은 관심이 아닌 간섭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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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상대를 배경에서 주인공으로 바꾸는 시간


 

홍헌영 마스터는 카네기의 30가지 원칙이 각각 흩어진 조언이 아니라 ‘인간관계 – 호감 – 협력 –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피라미드 구조라고 설명한다. 어색한 동료에게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 것은 ‘호감’ 단계의 서툰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앞서 ‘비난하지 않기’와 ‘진심으로 인정하기’라는 기본 원칙이 탄탄해야 함을 강조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내 질문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칭찬 또한 마찬가지다. 리더가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사용하는 칭찬(원칙 22)과 상대의 성장을 돕는 칭찬(원칙 27)은 그 목적과 결이 다르다. 원칙의 디테일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부담스러운 챙김’이 아닌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동료가 될 수 있다.

 

 

 

관계의 기술보다 중요한 것, 태도의 여백


 

책을 덮으며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카네기가 강조했듯, 사람들은 “자신이 기여한 세상을 지지한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일방적인 질문을 던져 답을 요구하기보다, 내가 먼저 나의 고민이나 관찰을 공유하며 상대가 대화에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세련된 카네기식 접근일 것이다.

 

『카네기 마스터 에디션』은 100년 전의 낡은 사례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번거로운 과정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이 겪는 ‘소통의 부재’에도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상대라는 주인공을 위해 잠시 나의 우주를 비워두는 ‘태도의 여백’을 갖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관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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