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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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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힘들고 지친 오후, 사람들의 응원이 내게 닿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영화도, 내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음악도 전혀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것이다.

 

음악으로 힐링을 한다는 것.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사의 뜻이 전달되는 음악을 듣는다. 때때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응원이 힘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평소에는 이러한 음악을 들으며 힘을 얻는다. 그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힘으로 용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가사에 담겨있는 절절한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장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위로를 통한 공감이나 해결방법을 제시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감정에 매몰되는 것, 그 감정을 깊이 느끼는 것이 때로는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그러한 방법은 단순한 계이름을 듣는 것이다. 말은 이리 거창하지만, 악기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음악은 만국의 공통 언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과 언어가 다르지만, 이상하게 계이름이라는 음률 아래에서는 모두가 느끼는 감정들이 비슷하게 흘러간다. 계이름에 담긴 뜻과 의도는 작곡가에게 있지만, 이러한 해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한계가 없는 것, 그것은 바로 피아노 음악이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피아노 중심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가진 계이름으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1. 이루마 – 기억에 머무르다

    

계이름 '솔'로 시작하며, 이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이 음악은 왠지 모르게 시리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며 제목처럼 '기억에 머무르기'보다는, 기억을 차분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똑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 고단했던 마음과, 그러한 오늘까지 온 나를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선율이 마치 하루를 한 장 한 장 넘기듯 정리하게 만든다. 무언가를 억지로 잊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소리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2. 류이치 사카모토 - Aqua

      

빠른 전개 없이 담담하게 음을 하나하나 쳐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의 OST로 쓰인 이 곡을,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들었을 때의 여운이 여전히 느껴진다.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누군가를 의심하고, 결국 사람을 의심하는 나 자신을 피아노가 한 음 한 음 누를 때마다 느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온 두 소년들처럼, 그저 그들의 감정에 솔직하게 나아가려는 미래를 다시 한 음 한 음 새겨 넣게 되는 노래인 것 같다.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곡의 흐름은 오늘의 일을 더 꾹꾹 담아보라고 전하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음 한 음 천천히 쌓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3. 엔니오 모리코네 - Cinema Paradiso

     

한 막이 끝났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극장을 나서기 전 잠시 자리에 남아있게 만드는 그런 음악이다. 무언가가 완전히 지나갔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그 여운에서 빠져나올 준비가 되지 않은 그 순간의 음악.

 

앞의 두 곡이 오늘을 정리하고 감정을 새기게 한다면, 이 곡은 어떤 시간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슬프지만 아름답게, 아프지만 온전하게. 현악기와 피아노가 함께 만들어내는 선율은 마치 긴 이야기의 끝을 장식하는 것 같다.

 

이 곡을 들으며 나는 생각한다. 끝이라는 것이 꼭 비극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것들은 끝나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끝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용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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