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바뀌었지만, 이것은 지난 2025년 여름의 이야기다.
무지하게 더운 어느 날 친구와 약속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퇴근길 만석 버스에서 우연히 빈 자리를 찾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싶어 앉았다. 그런데 때마침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승차하셨다. 본능적으로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승객들이 하차하던 타이밍이라 어떤 손길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하루는 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짧은 여유가 생겨, 근처 '기부 플러스' 가게를 찾아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 대부분일 거라는 생각에 가볍게 방문한 것이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적당한 가격에 심어놓은 숨은 보물이 있다. 마침 바지가 필요했던 때라 만족스러운 소비인데다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일부 금액을 돌려주기까지 하다니! 나도, 상대방도 받는 ‘일거양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기쁨이 배가 됐다. 옷을 기부한 브랜드 쪽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이월 상품을 내놓는 셈이고, 소비자가 어떤 기회로 다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게 될지 모르니 모두가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 드린 일과 바지를 구매했던 일 모두 내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들이 모여 한 사람의 따듯한 찰나를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참 깊고도 낯설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각종 복잡한 고민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 돌보기를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는 지역 축제 혹은 유기견 봉사 등 간헐적인 일회성 봉사에 종종 임했지만,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봉사는 숱한 다짐으로만 대신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좋은 기회로 이어져, 2025년 하반기에 미술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임하는 동안 몸은 피로했어도 마음만은 넘치고 또 넘쳐났다. 싸늘한 겨울이 찾아왔어도 내가 주는 마음에 아이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만으로도 훈훈했다. 어떤 꼬마는 함께 만든 미술작품을 부모님께 자랑하며 연신 감사하다며 내게 인사를 전했는데, 분명 주려고 시작한 좋은 일이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듯한 압도감이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보이진 않았으나 분명했다.
비록 12월부로 활동은 끝났지만, 미뤄둔 2025년을 정리해 보던 요즘. 문득 봉사활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이것을 조금 더 확대해 보고 싶었다.
좋은 것을 습관적으로 세상에 건네보자! 이건 지치고 힘든 이 시간을 차라리 좋은 에너지로 전환해보자는 시도기도 했다. 그렇다면 분명 봉사활동에서 느낀 기쁨처럼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무언가가 언제 어떤 모양과 생김새로 나를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니, 그 기대감을 잔뜩 껴안고 마음껏 주는 일이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