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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는 외톨이다. 엘리오는 마음 나눌 친구가 없고 버팀목이 되어 줄 부모도 없다. 그런 이유로 엘리오는 지구가 아닌 우주를 꿈꾸고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자신의 곁을 함께해줄 존재를 원한다. 고철 기계로 우주와 교신하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이 보낸 연락에 답하며 그렇게 우주로 떠난다.

 

픽사가 그려낸 우주는 알록달록하다. 지구에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엘리오는 그 우주에서 처음 보는 외계인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누빈다. 지구 어떠한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외톨이 엘리오는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주는 우주인의 환영에 기뻐한다.

 

하지만 과연 그 드넓은 우주에 엘리오가 바라왔던 것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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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드넓다.

 

드넓기 때문에 많은 것이 존재한다. 우리가 상상해오던 것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 들이 뒤섞여 둥둥 부유하는 공간이 우주다.

 

엘리오가 지구에서 갖지 못한 것을 우주에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 이유에서이다. 지구는 좁고 우주는 넓기 때문에.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일찍이 홀로 자라나는 법을 배운 엘리오가 지구에 없다고 믿었던 건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모는 엘리오를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보다 안 된다는 말이 먼저 나왔기에 엘리오는 줄곧 외로워했다.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 나를 있는 힘껏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엘리오는 하지 말라는 말보다, 안 되는 것을 열 개쯤 말하는 이모보다 ‘사랑해’ 이 한 마디만을 말하는 존재를 찾아왔을 것이다.

 

언제나 꿈꿔오던 우주에서 엘리오는 자신이 상상해오던 존재를 찾게 된다. 우주에서 만난 외계인들은 엘리오를 필요로 했고 그의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지구에서는 소속감을 찾지 못하고 눈치만 보던 엘리오는 우주에 발을 딛고 서 처음으로 해맑게 웃고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와 교류를 나눈다. 그곳에 있는 이들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믿기 때문이다.

 

엘리오의 외로움은 사랑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부재는 부모가 없는 것, 친구가 없는 것, 마음을 터놓고 ‘사랑해’라고 말할 존재가 없는 것에서 비롯된다. 엘리오는 지구 대표로 우주 회의 참석한다. 지구 대표는 엘리오에게 우주인으로의 소속감을 만들어주고 엘리오가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무언의 방패막이가 된다.

 

그러나 이 사랑의 끝이 좋을 리 없다. 지구 대표라는 건 순전히 엘리오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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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는 이 거짓말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지만 약간은 다른, 또래 외계인에게 들킨다. 외계인 글로든은 엘리오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엘리오와 글로든이 공유하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그들은 세상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고독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말하는 순간, 세상에 더없는 외톨이가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숨기기에 급급하고 마음의 벽을 세운다. 엘리오는 수많은 공동체와 존재가 살아가는 우주 속에서 글로든을 만나 인생 첫 친구를 사귄다. 글로든은 엘리오의 거짓말을 함구하지만 얼마 못 가 엘리오는 자신의 거짓말을 모두에게 들킨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설상가상 엘리오와 글로든은 지구로 돌아온다. 친구를 만들고자, 사랑을 받고자 선택한 결과가 친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리자 엘리오는 초조해한다.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일까? 내가 잘못된 걸까?

 

<엘리오>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엘리오는 지구로 돌아온 후 이모가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코앞에 두고도 몰랐던 사랑을 인식한 후 엘리오는 자신이 벌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글로든을 데리러 간다.

 

지구를 벗어나길 바랐던 과거와 달리 사랑을 깨달은 엘리오는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달아나긴커녕 그것을 마주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한다. 외로움과 함께 커오던 엘리오가 사랑을 느끼고 변화하는 결말부는 언제 보아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엘리오를 응원하게 되고 영화 너머 엘리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게 한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엘리오>는 관객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사랑을 깨달은 아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행동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이 사랑스러운 영화 <엘리오>를 통해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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