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공연이 어떤 형식의 무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방문했다. 2025년 1월 초 뮤지컬 <웃는남자>를 인상 깊게 관람했던 터라, 김소향 배우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방문한 회차는 12월 27일로 라인업은 김소향, 백형훈, 유리아, 유태양, 이재환, 정택운이었다. 뮤지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나조차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충분히 흥미로운 라인업이었다. 덕분에 사전 정보가 많지 않았음에도 선뜻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Wonderland Festival 2025]는 한마디로 뮤지컬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이나 락 페스티벌은 익숙하지만 이렇게 뮤지컬 배우들만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프리미엄 음악 축제’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남았다. 아직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으로서, 직접 관람한 작품이 <웃는남자> 하나뿐이라는 점이었다. 유명한 넘버 몇 곡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곡은 처음 접하는 노래였다. 아는 곡이었다면 감정 이입이 더 깊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뮤지컬 넘버는 장르 특성상 서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에 이야기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감동의 결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을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일 것이라 느꼈다.
아이돌 출신 배우의 뮤지컬 진출을 두고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출신보다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완성도와 이야기의 설득력이기 때문이다. SF9의 유태양, VIXX의 이재환(켄)과 정택운(레오). 학창 시절 VIXX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나로서는 두 사람의 가창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라이브 무대를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대 이상이었고, 유태양의 실력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만큼 더욱 놀라웠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소향 배우가 <웃는남자>의 넘버 ‘내 안의 괴물’을 직접 불러주었을 때다.
조시아나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욕망으로 가득 찬 넘버를 소화하는 순간, 공연장은 <웃는남자>의 무대로 변했다.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을 다른 작품의 세계로 데려가는 힘. 어쩌면 뮤지컬 배우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Wonderland Festival]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뮤키절의 넘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연진이 직접 참여했던 작품은 물론, 참여하지 않았지만 꼭 부르고 싶었던 넘버까지 자유롭게 펼쳐진다. 하나의 무대에서 여러 작품의 세계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말 그대로 ‘원더랜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순간이었다.
뮤지컬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이 되고, 익숙한 관객에게는 축제 같은 하루가 되는 자리.
연말 시즌에 맞춰 진행된 이번 2025 페스티벌은 추운 겨울날을 따듯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마치 선물과도 같은 자리였다.
이 소중한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