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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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쓰는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써야 할 것이 있으면 쓰고, 기록해야 할 것이 있으면 기록했다. 쓰기는 늘 목적을 향해 있는 행동이었고, 그래서 굳이 돌아볼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를 보면서, 그 너무 당연했던 행동이 갑자기 멈춰 서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전시는 글자를 읽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어떻게 쓰고 있는 사람인지 묻는 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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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따라 걷다 보니, 쓰기는 생각보다 훨씬 결과와 거리가 먼 행위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썼는지보다, 어떤 도구를 쥐고 있었는지, 손에 어떤 감각이 남았는지가 더 또렷하게 남았다. 연필을 쥐는 손의 힘, 종이를 긁는 소리,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움직임 같은 것들. 글자는 그 모든 과정이 지나간 뒤에야 남는 흔적처럼 보였다.

 

나는 그동안 쓰기를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전시는 쓰기가 훨씬 더 몸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했다.

 

전시장 안에서는 ‘쓰기’라는 말이 점점 느슨해진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쓰기가 기록이라기보다 움직임처럼 보이고, 또 어떤 순간에는 감각을 남기는 행위에 더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쓰기를 효율이나 결과 중심으로만 다뤄왔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빨리 쓰는 법, 잘 정리하는 법에는 익숙했지만, 쓰는 동안의 감각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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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등장하는 AI와 기술 기반의 작업들은 그 질문을 현재로 끌어온다. 이제 쓰기는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시장 안에서 마주한 AI의 글쓰기는 그 사실을 다른 방식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가가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를 ‘나의 쓰기’라고 느끼는가였다. 이 전시는 AI를 위협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쓰기의 주체가 흐려진 시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의 감각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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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머릿속에 또렷한 정의가 남지는 않았다. 대신 쓰기에 대해 너무 쉽게 넘겨왔던 나 자신의 태도가 조금은 선명해졌다.

 

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일 수도 있고, 감각을 남기는 행위일 수도 있으며, 어떤 순간에는 나 자신을 확인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이 전시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쓰는 행위를 다시 느껴보라고 권하는 것처럼 보였다.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는 쓰기에 대한 답을 주는 전시라기보다, 질문을 천천히 남기는 전시였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전시장을 나선 이후에야 비로소 살아난다.

 

다시 펜을 들거나,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 문득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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