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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4회 서울융합예술 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5'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해해야 할 전시’라기보다 ‘이미 어떤 관계 속에 들어와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전시’에 가까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축제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춤을 추고 있었다. 설명을 읽기도 전에, 이 전시는 관객에게 먼저 몸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언어보다 리듬이, 해석보다 움직임이 앞서는 순간이었다.

 

관계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듯, 전시는 처음부터 관객을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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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을 걷다 보면 ‘관계’라는 주제가 얼마나 다양한 층위로 변주되는지 점점 분명해진다.

 

그중에서도 덜컥거리는 뼈 오브제는 가장 직접적으로 신체에 말을 거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해부학적 형상을 닮은 오브제가 아니라, 뼈가 맞물리며 흔들릴 때 느껴지는 감각이 실제 통증의 기억을 불러올 정도로 정교했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요즘 내 몸의 상태를 떠올리게 되었고, 관계가 단지 사회적 개념이 아니라 몸에 각인되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오브제는 ‘관계’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시각이 아닌 촉각과 감각의 차원으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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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만난 〈(누구의) 월드 (얼마나) 와이드 웹〉은 전혀 다른 결로 관계를 질문한다.

 

키보드 자판을 연상시키는 형태는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핵심은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가 아니다. 작가는 웹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용자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위치가 어떻게 설정되고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우리가 접속한다고 믿는 ‘월드 와이드 웹’은 과연 모두에게 같은 위치에서 열려 있는 세계일까. 작품은 그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기보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인터페이스의 물성을 통해 드러낸다.

 

키보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은근히 구분하는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이 작품 앞에 서 있으면 ‘이 세계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와이드한가’라는 제목 속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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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AI가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나 미래적 장치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AI는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생성하며,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존재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AI와의 상호작용은 실험적이라기보다 이미 일상에 가까웠고,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기술의 신기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간과 기술이 이미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되었음을 전제한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전시에서 AI는 도구라기보다 관계의 한 축, 또 하나의 행위자처럼 기능한다.

 

관객에게 계속해서 감각과 질문을 남긴다. 몸으로 느끼게 하고, 익숙한 구조를 낯설게 만들며, 기술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전시는 무엇을 ‘이해했는가’보다, 전시를 나설 때 어떤 감각이 남아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묻는 전시다.

 

결국 이 전시는 관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관계를 겪게 한다. 춤추는 몸, 덜컥거리는 뼈, 키보드의 표면, AI의 질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관계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그래서 이 전시는 보고 나서 정리하기보다는, 한동안 몸에 남아 천천히 되새기게 되는 전시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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