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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로드무비의 매력은 목적지 자체보다 이동의 과정이 더 중요해지는 데 있다. 주인공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야 하고, 그 목적을 이루었는지와는 관계없이 여정의 끝에 도달하는 순간 변화는 이미 인물 내부에 일어나있다.

 

영화 <시라트>에서는 주인공 루이스가 자신의 잃어버린 딸을 찾아 사막의 레이브 파티를 전전하게 되며 그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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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날리는 푸석푸석한 땅, 스피커가 시위라도 하듯 포효하는 소리를 낸다. 사막에서 레이브 파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춤으로 가득찬 그때, 루이스는 아들과 함께 전단을 들고 레이버들에게 다가간다. 사라진 딸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내밀며 혹시라도 본 사람이 있을까 수소문해 보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다.


갑작스레 군대가 들이닥치며 사람들은 모두 트럭으로 이송된다. 아마 근처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나보다 다섯 명의 레이버는 또 다른 레이브 파티로 가기 위해 대열을 이탈해 도망치고, 루이스 부자는 반려견을 태운 밴을 몰고 그들을 쫓아간다. 그들이 조금 전 ‘사막에서 다른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데, 그곳에 당신의 딸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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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인지 매드맥스 속의 한 장면인지 모를 모호한 배경, 사막에서 레이버 다섯과 이방인 둘은 생사가 걸린 우여곡절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기름을 구하고, 차를 끌어 강을 건너게 도와주고, 초콜릿을 나눠주고 강아지를 살려주며. 전쟁의 의인화처럼 보이는 사람들, 팔 한 쪽 다리 한 쪽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가감 없이 상처를 드러내며 상대를 보듬는다. 헤어스타일도 공유하고, 더 이상 아무도 이방인이 아닌 것 같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두 트럭 사이를 넘나들려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딸을 본 적 있냐고 일일이 물어야 하던 루이스에게 소음에 지나지 않았던 스피커 소리도 이제는 음악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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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고통을 공유한 이들은 무아지경으로 춤추기 시작한다. 춤은 그들에게 살아남기 위한 행위, 치유의 행위, 또 이해의 행위이다. 이 영화의 LSD가, 또 <어나더라운드>의 알코올이 그러하듯이.


그 뒤론 영화가 무자비하게, 또 무작위로 느닷없이 선사하는 심판이 십자가 모양처럼, 지뢰밭처럼 도처에 깔려있다. 죽음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이유도 시기도 모두 불친절하다. 이슬람교 용어로, ‘지옥을 가로지르며 이승과 낙원을 연결하는 다리’인 시라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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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찾겠단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고, 루이스에게는 이제 삶이라는 목표만이 남아있다. 머리카락보다 좁은 다리, 칼보다 날카로운 다리. 시라트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 또 한 명의 레이브가 된 루이스는, 모래밭에 엎드려버린 루이스는 이 길 위에 올라서기 전의 그와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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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이 영화를 ‘죽음에 관한 영화이자, 무엇보다 삶에 관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죽음이 삶의 반경을 좁혀올 때, 인간이 극한으로 내몰렸을 때, 따라서 조건의 한계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직면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삶은 얼마만큼 바뀔 것인가. 세상의 종말과 개인의 종말 앞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다음엔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인가. 따라서 시라트는 삶의 여정이자 계속되는 길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존적 질문은 시네마 사운드가 이끈다.

 

["<시라트>는 정밀하게 사운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을 보고 이미지를 들을 수 있는 지점까지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무척 원시적인 비트와 딥 테크노음악과 함께 레이빙이 시작되는데 점차 비트와 킥이 사라지면서 오컬트적인 신비로운 사운드만 남는다. 말하자면 소리가 점점 탈물질화되는 것인데 나의 의도는 우주가 시작할 때의 소리, 최초의 소리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후반부에 나오는 아르페지오는 마치 천사들이 루이스를 보호해주고 이끌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 씨네 21 인터뷰 중


이미지를 압도하는 사운드가 내내 탁월한 <시라트>는 광음시네마로 경험할 때 그 섬뜩함과 감동이 배가 된다.


황홀한 사운드와 충격적인 영상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엔 왠지 입안에 모래알이 씹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분명 내 안 어딘가 달라져 있다. 루이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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