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를 떠올리면 다양한 모습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 연인들이 가득한 놀이공원, 집에서 파자마를 입고 핫초코를 먹는 아이들과 같이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여기 목소리 하나 만으로 눈 덮인 하얀 마을로 우리를 데려가는 작은 별 ’스텔라장’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크리스마스이브에 다녀왔다.
겨울을 사랑하게 되는 목소리
어릴 적엔 겨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차갑지만 쾌청한 공기, 찬 바람 속에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온기, 온 세상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야심한 밤 엄마가 구워주는 군고구마와 귤까지 날씨 빼고 모든 것이 따뜻한 세상인 겨울이 여름보다 좋았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겨울의 모든 것이 싫어졌다. 눈 예보가 뜨면 출퇴근 걱정부터 하기 바쁘고, 아무리 가벼운 제품을 사도 무겁게만 느껴지는 패딩, 기온차에 자꾸만 김이 서리는 안경, 하다못해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싫어 크리스마스에게도 마음이 시들해졌다. 그러나 스텔라장 콘서트의 첫 노래를 듣는 순간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졌다.
약 280석이 들어가는 작고 아담한 규모의 콘서트장에 들어가자마자 작은 겨울 마을에 온 느낌이었다. 무대 스크린에는 초저녁 하늘 같은 남색 배경에 하얀 눈이 천천히 내리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크리스마스 마을 같은 세트가 무대를 채우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 스텔라장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 ‘The Christmas Song’을 첫 곡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 그동안 헤드폰으론 느끼지 못한 입체감이 온몸을 감싸안았다. 스텔라장은 11월에 태어나 겨울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목소리에 전해져 듣는 이들도 겨울에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나 ‘Winter Wonderland’와 같은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캐럴 곡들과 2025년 11월에 발표한 ‘Snowy’ 등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곡들을 많이 들려주어 크리스마스이브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핫초코 만큼이나 달콤한 목소리 덕에 다시금 겨울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눈처럼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노래
이번 콘서트에선 그녀의 재즈 캐럴뿐만 아니라 스텔라장을 대표하는 20개의 노래로 꽉꽉 채워졌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는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한 노래들이었다. ‘루프 스테이션‘이란 연주자가 실시간으로 연주를 녹음하여 그것을 반복(Loop) 함으로서 여러 레이어를 쌓아 음악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장비이다. ‘YOLO’와 ‘Colors’를 통해 루프 스테이션 무대를 선보였는데 특히 ’Colors’는 ’Last Christmas’와 리믹스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핑거 스냅으로 시작해 화음을 쌓고, 코러스를 넣는 모습이 마치 눈이 하나하나 쌓여 온 세상을 덮어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완성되는 것 같아 인상 깊게 남았다. ‘YOLO’의 루프를 쌓을 땐 녹음이 중복되는 아주 작은 실수를 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생동감을 주어 라이브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 더 재밌게 느껴졌다.
그녀의 콘서트에선 목소리만 달콤하게 쌓이는 것이 아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2명의 세션의 존재감도 한몫하는데, 기타를 치면서 동시에 발로 탬버린을 치고 피아노와 정체 모를 악기를 함께 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 명이 함께 화음과 코러스를 쌓아 올리는 순간들이 많아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노래를 완성하고 싶은 정성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 효과도 인상 깊게 보았는데 특히 조명이 노래에 맞춰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여 작은 무대가 단조롭지 않고 정말 다양하게 느껴졌다. 루프 스테이션을 할 땐 ‘역광’ 느낌을 주어 스텔라장이 마치 묘약을 만드느 마법사처럼 보여 재밌었고, 캐럴들이 나올 땐 무대 세트에 주황빛을 더해 따뜻한 마을처럼 보여 노래와 너무 잘 어울렸다.
관객과 함께 만드는 캐럴
스텔라장 콘서트 앞은 재밌는 이벤트들로 가득했다. ‘스탬프 찍기 체험‘, ’snowy 커버 종이접기 체험’ 등 아기자기한 체험들이 가득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스텔라장의 캐럴 공방’이었다. 사연을 작성하여 이벤트 우편함에 넣으면, 공연 중 스텔라장이 몇 개의 사연을 뽑아 즉석 캐럴을 만들어 주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소원을 적듯 개인적인 사연을 적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공연 중에 사연에 당첨되었다! 평소 뽑기 운이 없는데 공연에서 무언가 당첨된 것이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고 어떤 노래가 나올까 너무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12월 24일 공연의 사연 키워드는 어떻게 저걸로 노래를 만들까 싶을 정도로 다양했다. ‘집콕‘, ‘크리스마스‘, ’아기 천사‘, ’파리의 연인들‘, ‘사장 퉤퉤퉤’, ’행복해져라’ 등 7개의 키워드로 작곡을 시작했고 ’우리네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을 금방 지었다. 가사 내용이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집에 있는 사람도, 파리의 연인들도, 아기 천사를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지는 우리의 크리스마스’ 와 같은 내용이었다. 스텔라장은 ’우리네’가 너무 구수한 표현이라 걱정된다 했지만 오히려 친근감이 들어 가사와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내가 쓴 짧은 사연과 다른 이들의 사연이 모여 따뜻한 노래를 금방 만들어내는 그녀의 능력에 감탄 안 할 수 없었고, 이렇게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연을 채워가는 방식을 처음 경험해 봐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노래와 관객에 대한 사랑이 진심인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 훈훈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스텔라장의 ‘스텔라‘는 라틴어로 ’별’을 뜻한다. 별은 스스로 자신을 빛내기도 하지만, 별들이 모여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빛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세션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에게도 늘 사랑을 주는 그녀의 마음이 그 어느 별 보다 고요하게 빛나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