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영화 <와일드로봇>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와일드 로봇>에 대한 관심은 우연히 본 영화 후기로부터 시작했다. 아이를 데리고 보러 갔다가 오히려 부모가 울고 나온다는.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런 후기가 나오는지 무척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 후기를 본 뒤에 급격하게 관심이 가서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봤었구나 싶다. 영화관에 상영되는 영화를 보러 갈 때도 항상 영화 리뷰와 예고편, 감상평, 영화 소개글 등 모든 것들을 본 다음에 보러 갈지 말지를 선택했었는데 평소 같지 않았던 나였던 것 같았다.

   

 

1311.jpg


 

와일드 로봇

개봉 : 2024.10.01.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02분

배급 : 유니버셜 픽쳐스

 

소개글: “이 비행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우연한 사고로 거대한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는 주변 동물들의 행동을 배우며 낯선 환경 속에 적응해 가던 중, 사고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다. ‘로즈'는 입력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역할과 관계에 낯선 감정을 마주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을 위해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이주를 위한 생존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몸집이 작은 '브라이트빌'은 짧은 비행도 힘겨워 하는데... 로봇 '로즈'와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은 특별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궁금해진 소개글과 다른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그 후기에 십분 공감하게 되었다.

 

우연히 사고로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가 주변 동물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임무를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떨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기 기러기를 제대로 키우는 임무를 받아들인다. 이후 여러 사건을 통해서 점차 성장하던 브라이트빌은 자신이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게 된 이유를 알게 되고 로즈와 다툰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이 해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꾼 브라이트빌은 로즈와 열심히 훈련하여 이주를 위한 비행에 성공하게 된다.

 

그렇게 이주 비행을 떠난 이후에도, 돌아온 이후에도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엄청난 한파가 들이닥쳐 동물들이 모두 떨고 있을 때 로즈가 그들을 구해와서 휴전을 한 일, 로즈를 데려가려는 본부를 동물들이 막아선 일 등 많은 일이 있고 나서 로즈는 결국 자발적으로 본부로 돌아간다. 그리고 본부에서 정상적으로 프로그래밍을 따르도록 고쳐진다.

 

하지만 로즈는 이미 프로그래밍만을 따르는 로봇이 아니었다. 프로그래밍이 아닌 다른 곳으로 브라이트빌과의 사랑, 애정 등을 느끼고 있었기에 본부에서 기억을 지우는 등 고쳐지는 과정을 겪었음에도 브라이트빌과 자신(로즈) 사이의 감정과 관계를 기억해 낸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는 마치 일반적인 로봇으로 돌아가 프로그래밍 된 데로만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며 “안녕 나는 로즈엠 7134야.”라고 말하지만 몰래 들어온 브라이트빌을 발견하고서는 “하지만 날 로스라고 불러도 돼.”라고 말해 준다.

 

영화를 막 보기 시작했을 땐 프로그래밍을 통해서만 생각하며 아기 기러기(브라이트빌)을 키우다 보니 여러 사고가 있었다. 기러기들이 먹는 음식을 주어야 브라이트빌이 먹을 텐데 그냥 주변에 있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줘서 브라이트빌이 먹지 못하는 일 등 말이다. 이런 부분은 로즈가 프로그래밍만을 따르며 학습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엉뚱한 대안을 내놓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로즈가 브라이트빌을 키우는 모습을 통하여 ’아 브라이트빌이 이주 비행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로즈가 스스로 본부로 돌아가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결말이기도 했다.

 

 

141.jpg

 

 

 

그런 건 말로 전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갈등과 평화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당연하게도 보호자와 피보호자 사이의 감정(사랑, 애정 등)에 대해서도 느껴볼 수 있었다.

 

로즈가 불시착하기 이전부터 브라이트빌이 이주 비행을 떠날 때까지 그 거대한 야생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그들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면서 먹이사슬에 따라 굴러갔었다. 그런데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치고 로즈가 동물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포식자와 피식자를 한 장소에 모아버린다. 결국 한바탕 일이 벌어지려는 찰나 로즈가 브라이트빌을 키우는 걸 도와주던(물론 처음에는 도와주는 척이었지만) 여우가 나서 이렇게 말한다.

 

너희 대부분은 날 싫어하고, 나도 너희 대부분을 싫어해.

여기 있는 모두가 다른 누군가를 싫어하지.

하지만 우린 여기 있어. 그리고 이게 현실이야.

저 문 밖으로 나가는 놈은 죽는거야.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함께 지낼 수 없다면, 모두 죽는 거고.

우리 모두 다음 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뿐이야.

쟤 덕분에. 저거 말이야. 저 괴물.

쟤 이름은 로즈야.

너희 모두 쟤를 피하고, 쟤한테서 훔치고, 쟤를 놀릴 때,

쟤는 그저 자기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했을 뿐이야.

아무도 기회를 주지 않았던 작은 아이를 말이지.

나를 포함해서.

널 가게에서 꺼내주고, 이곳을 지은 게 바로 쟤야.

그리고 내가 널 얼려 죽게 내버려 두라고 했는데도,

쟤는 모든 걸 걸고 널 여기로 데려왔어.

 

그리고 로즈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 모두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프로그래밍 된 것 이상이 되어야 해.

내가 멈추기 전에, 나랑 하나만 약속하자.

휴전이야.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이후 동물들은 엄청난 한파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음 봄을 보기 위해 본능에 충실하기보다는 즉 프로그래밍 된 데로 살아가기보다 휴전을 선택하고 포식자 피식자 가리지 않고 모여서 휴식을 청한다. 그리고 나중에 로즈가 위험에 처하자 같이 맞서 싸워주고 구해준다. 이 장면을 통해서 평화와 갈등, 본능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차별에 대해서도.

 

물론 <와일드 로봇>의 배경이 되는 야생의 경우 생존이 달린 문제다 보니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몸집이 작은 아기 동물들은 도태되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상태가 어떻든지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상에서의 차별 문제들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고 다 같이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151.jpg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선의 연대와 민주주의‘라는 시가 떠올랐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 사민주의자 : 사회민주주의)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말한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나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방관하며 살았는데 나에게 그 일이 닥치니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연결지어서 내가 차별받지 않는다 해서 항의하지 않고 방관했는데 나중에 내가 차별받게 되니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방관한다는 게 떠올랐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좀 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사이는 보호자와 피보호자 사이의 관계를 떠오르게 만들었고, 부모님과의 관계 및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말로 전하지 않아도 전해진다는 것 또한 말이다. 


***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라는 시작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가끔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일 것 같더라도 봐보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와일드 로봇'은 내가 보고 싶어서 본 영화이기는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예고편과 스틸컷, 온갖 후기들을 다 섭렵한 후에야(스포당하는 걸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라서 볼 수 있는 후기는 다 보는 편) 해당 영화를 보고 싶은지 안 보고 싶은지를 결론짓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궁금했지만 다 보고 나서는 딱히?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꽤 많이 있었다. 이처럼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영화를 보러 갔기에 관람한 영화들은 모두 나의 취향에 맞았고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걸러진 영화들 중에서도 어쩌면 재미있었을 수 있는데, 또 와일드 로봇처럼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줄 수 있는 영화였을 수 있는데-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 같이 거르고 걸러서 보러 가기 보다는 한번쯤은 그냥 주변 사람이 보러 갈래? 하면 아무 생각 없이 그래 가자! 라고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영화 티켓 값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 - 손수민.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