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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임종을 앞둔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실수로 전송된 부고 문자, 그리고 돈이 절실한 가족들. 현실에 부딪혀 끝내 타협해버리고 마는 이들이 벌이는 기묘한 장례 사기극, 영화 <고당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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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와 ‘사기’. 두 단어의 조합이 얼마나 생소한가. 그 한가운데에는 오랜 시간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돌보며 자신을 소모해온 간호사 선영,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며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남동생 일회, 그리고 그의 아내 효연과 아들 동호가 있다.


제대로 된 정착 한 번 못 한 채 아슬아슬한 삶을 버텨오던 일회는 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나 선영과 끝없이 충돌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탓하고 미워하며 끝없이 사이가 멀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영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 보듬어주고 싶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조카 동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고 결국 의대 합격까지 이뤄낸 동호는 선영이 어떻게든 챙겨줄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일회의 가족은 지금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신세. 동호의 등록금은커녕 당장 오늘 밤 잠잘 곳조차 위태롭다. 그런 그들의 첫 번째 타깃은 고모 금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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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은 오랜 시간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왔고, 이 모든 건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차를 돌려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떠났던 존재임에도 막상 죽음 앞에선 가장 먼저 반응하게 되는 마음. 그런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아 주절거리며 말을 늘어놓는 금순을 보며 문득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얼렁뚱땅 시작된 사기극이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재빠르고 은밀하게 모든 걸 준비했다. 그렇게 금순을 속여 큰돈을 받아냈지만 그들의 상황은 보기보다 더 안 좋았다. 단순히 돈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동호를 가만 지켜볼 수 없던 선영은 더욱 큰 결심을 한다. 이제는 정말로 더 크고 더 본격적인 가짜 장례식을 펼치기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이야기는 비교적 유쾌하게 전개되지만 그 안에 담긴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망 확인서를 조작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아직 살아있는 아버지를 유기된 구급차에 실어 옮기는 과정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한편, 아무리 가까운 임종이라 해도 아직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은 이로 위장하는 행위의 무게는 결코 유쾌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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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모든 짓을 벌여야 하는지.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아버지의 죽음을 바랐으면서도 정작 ‘죽음을 연기하는 일’을 마주하자 느껴지는 무게는 이토록 무거운지. 도대체 가족이 무엇이길래.


가족. 이미 멀어졌음에도,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데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그 이름.


선영이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던 것처럼, 동호 역시 자신의 아버지 일회의 죽음을 바란 적이 있다. 모든 게 원망스러워서. 이런 사람과 한 가족으로 엮인 것이 싫어서. 태어나 보니 가족이었던 그들과 함께하는 일이 지긋지긋해서. 그래서 택한 선택이었고,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그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돌고 돌아 결국 서로에게 향하는 이들이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당도


 

심연을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관계.

 

그놈의 돈, 돈, 돈.

 

장례식에조차 돈을 벌기 위해 찾아온 그들에게도 결코 가족은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존재였음을, 달디단 감을 베어 물어도 끝내 혀끝에 남아버리는 그 떫은맛처럼.

 

가족 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씁쓸함을 온전히 담아낸 작품, 영화 <고당도>였다.

 

 

 

에디터 윤민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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