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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클리셰 범벅이야. 너무 식상해.”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 비싼 푯값을 내고 들어간 영화관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오지 못하면 우울하기까지 하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어디서 많이 본 연출, 정확히 예상대로만 움직이는 인물들, 심지어 다음 내용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 전개까지.

 

‘이 캐릭터는 곧 죽겠군.’ 하는 생각이 들고 여지없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감흥 없이 보고 있자면, 나 자신이 마치 허무주의에 빠진 영험한 점쟁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참신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왜 자꾸 이렇게 누구나 다 알 법한 설정을 가져다 쓰는 걸까?

 

하지만 닳고 닳아 '클리셰'가 된 그런 요소들도 한때는 창의적인 시도였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사고를 거꾸로 되짚어보는 과정을 한번 가져보아야 한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려면 그 무언가가 일단 탄생해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가 진부하게 느껴진다는 건, 그것이 그만큼 많이 쓰였다는 뜻이 된다. 왜 많이 쓰였을까?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놀랄 만큼 창의적이었기 때문에 흔해져 버린 것이다.


웃긴 모순이지만, 동시에 생각해 볼만 한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지금까지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역사적인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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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사이코> (1960)

 

 

개봉 이후 오늘날까지 공포 영화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특히 여주인공 마리온 크레인이 작품 시작 20여 분 만에 빌런에게 살해당하는 파격적인 '샤워 장면'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목욕이 주는 평화로움과 욕실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살인마가 등장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극적인 카메라 기법이 불안감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혹시 영화나 드라마에서 홀로 샤워하다 섬뜩한 기분을 느끼고 돌아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이 작품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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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가기도 전에 우주를 그려낸 영화. 그러면서도 CG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영화. 모든 장면, 장면이 지독하리만치 아름답고 선명한, 그야말로 SF 영화계에 굵은 한 획을 그은 영화.

 

<스타워즈>, <스타트렉>, <인터스텔라> 등의 계보를 이으며 오늘날 할리우드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F 우주 장르의 시초격인 작품이다. 아날로그 방식만으로도 완벽하게 우주를 표현해냈으며, 특히 컴퓨터 작업 없이 만들어낸 무중력 장면은 당시 영화를 보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작중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9000은 이후 출시되는 미래 배경 작품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HAL9000은 자아를 가지기 시작한 인공지능이 끝내 인간을 해치고 만다는 오래된 AI 공포 클리셰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끊은 존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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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카프라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1934)

 

 

로맨스 장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부류의 애절하고 절절한 스토리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로 대표되는 밝고 가벼운 스토리로.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다가 결국 모든 걸 다 줘버리는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시초이자 시작인 작품이다.

  

특히 작중에서 여주인공 엘리가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장면은 당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히치하이킹 장면에 오마주 되었다. 그 흔한 키스 신도 하나 없이 오로지 ‘밀고 당기기’만으로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결국 그 흥행 기록마저 원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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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빈 르로이 <나쁜 종자> (1956)

 

 

‘살인마’라는 캐릭터에는 정말이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수많은 클리셰가 덮어씌워져 있다. 광대 분장을 한 살인마, 도끼를 든 살인마, 미치광이 과학자 살인마 등. 하지만 이외에도 대표적인 원형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겉으로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하지만 속은 새까만 ‘어린이 살인마’다.

 

귀엽게 생긴 인형인데 사실은 귀신이 들려 있다는 등의 시각적 고정관념을 속이는 장치는 흔하다. <나쁜 종자>도 바로 그러한 편견을 이용한 작품이다. 덩치 큰 성인이 죽이려고 덤벼드는 것은 무섭지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어린이가 무언가를 살해하는 것은 보는 사람들에게 끔찍한 괴리감을 안긴다.

  

<나쁜 종자>의 주인공 로다는 어린 사이코패스 소녀다. 그녀는 사람들의 고통이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음이나 살인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영화가 전개되며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의아하게 죽어 나가고, 그 범인이 어린 로다였다는 게 드러나는 것을 보며 관객들은 꼼짝없이 전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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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보만트 <브로드웨이 멜로디> (1929)

 

 

경쾌한 멜로디, 신나는 춤, 폭발적인 목소리와 화려한 무대 효과! 두 종류의 예술을 하나로 합쳐낸 뮤지컬 영화는 오늘날 수많은 마니아층을 가진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그렇다면 이런 뮤지컬 영화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1927년에 <재즈 싱어>라는 영화가 장편 유성 영화의 시작을 알리고 2년 뒤, <브로드웨이 멜로디>가 개봉하며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거의 처음으로 상영된 이 획기적인 뮤지컬 영화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당시 작품은 엄청난 수익을 냈을 뿐만 아니라 1930년 제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작중 주인공 에디가 퀴니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부른 You were meant for me는 이후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 속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쓰이며 그 인기와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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