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하려는 행위를 즐긴다. 그 이유는, 그러한 시도가 내 존재를 둘러싼 일종의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미리 약한 바이러스를 주입해 항체를 얻는 백신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역으로 그 질문은 나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는 일 자체가 두렵다. 그중에서도 ‘좋은 직업’이 존재한다고 긍정하는 일은 거의 미쳐버릴 것 같다. 이 대목을 쓰며 문득,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나 자신이 이미 플랫폼에 대한 모독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글이 다루는 질문이 ‘현실’의 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먼저 밝힘으로써, 나는 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직업이란 돈으로 교환 가능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생산자로 존재하지 않는 어린 시절이나 저열한 뜬소문에 기댄 말들에는 조소가 아닌 연민마저 느낀다. 이는 노동의 뿌듯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문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 우리는 기꺼이 자본주의의 광기에 가까운 성공신화가 만든 유아용 의자에 앉는 멍청한 방법에만 의지해야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결과, 즉 자본의 획득 가능성에 의해 정의된다. ‘지망생’이 직업일 수 있는 것도, 추후 어떤 소득을 긍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혹시 돈을 벌지 않은 예술가를 기꺼이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제발 어떤 방식으로든 길고 자세하게 답변해 주길 바란다. 개인적인 이유에서 감히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예술 활동을 긍정하는 사람은 재화 교환 이전 세대의 부족 주술가이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체성 문제가 아니다.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교환되는 사회에서, 직업은 곧 인생의 기본 단위다. ‘직업’이라는 경계를 통해 생산하느냐, 소비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는 곧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다. (뭐, 비약이라고? 일단 비약을 밟고 가자. 이 글에서 논리를 발견하길 바라는 당신이 문제라고 본다)
그렇다면 ‘좋은’이란 무엇인가? 그 답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해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한 가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긍정되는 답안은 어떤 방식으로든 오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행복한 정신 승리 방법을 선택하고 그 방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불쌍한 족속들이다. 하지만 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 ‘정신 승리’라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다. 나는 월 100만원의 정신분석 비용과 거의 그만큼의 액수로 수업과 개인적인 비용을 지불한다. 정신분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그 공부에 대해 느끼는 인상을 공유한다.
정신분석을 공부한다는 것은 차가 질주하는 시대에 승마를 배우는 것과 같다. 자연적이고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그 말이 제대로 달릴 땅이 있으면 다행이다. 겸업과 비전공자라는 자랑스러운 장애물을 가진 내 경우에는 1회 3만원 승마 체험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정신승리의 방법으로 택했다. 9시부터 6시, 적성에 적당히 맞는 직장을 다니고, 남는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불투명하지만 원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인생’인가? 거의 매일 묘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이 삶은 일종의 ‘최대 효율의 쾌락 산출’이다. 필요한 분들을 위해 식을 공개한다.
이렇게 살아서 얻는 쾌락- (가족의 재력 + 가족의 기대 + 미래 가족의 기대 + 현실에 대한 불안 + 묘한 열패감 - 매우 구체적이고 기분 나쁜 자산) = ‘좋은 인생 판단’
나는 양손에 불균형한 저울을 들고 흔들며, 이게 좋은 직업, 그러니까 좋은 인생이구나 하고 웃는다. 그리고 오늘 이 바보같은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애초부터 나는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에서 저울을 재고 있었다는 것을.
아참, 내가 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오답”이라고 했던가?
방언처럼 터져 나온 이 글의 끝이 허무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본주의니 뭐니 해도, 그게 우리 인생이지 뭐.
아. 이것도 오답이다.
다른 답을 생각하려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내일도 나는 9시에 출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