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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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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리마 파시(Prima Facie)>는 2025년 8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법을 전공한 인권 변호사 출신 호주의 극작가 수지 밀러(Suzie Miller)가 창작한 연극 <프리마 파시>는 제작사 쇼노트(shownote)에 의해 수입된 한국 라이선스 초연으로, 신유청 연출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이소영 감독을 포함하여 같은 제작사의 연극 <테베랜드>에 참여했던 여러 제작진이 이번에도 참여한다. 이 작품은 한 명의 여성 배우가 인터미션 없이 약 110분에서 14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끄는 여성 1인극으로, 주인공 테사 역에는 소리꾼 이자람, 매체와 연극을 오가는 배우 김신록,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캐스팅되었다.

 

이 연극의 제목인 ‘Prima Facie’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법률 용어로, 직역하면 ‘언뜻 보기에, 처음 보기에, 첫 인상으로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영미법에서는 ‘일견(一見) 보기에 그럴 듯한’을 의미하는 형용사로 쓰인다. 영미법 체계 내에서 ‘프리마 파시 케이스’(prima facie case)는 제시된 증거가 겉보기에 타당하다고 여겨져 소송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초기 심사를 뜻하며, 이를 통과한 케이스는 자세한 조사와 법적 쟁점이 논의되는 본격 심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법 시스템 속에서 단계적 관행이 나뉜 것처럼, 이 연극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파트 1과 그 이후의 파트 2로 나뉜다.

 

 

 

그 이전의 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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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주인공, 테사 엔슬러(Tessa Ensler)는 노동 계급 출신으로 영국의 명문대인 케임브리지 대학 법대에 입학해 법정 변호사(Barrister)가 된다. 계급화가 극심한 영국 사회에서 엘리트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 사이에서 학장의 말처럼 살아남지 못하는 ‘3분의 1’이 아니라 성공하는 ‘3분의 1’이 되기 위해 테사는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입학식날 처음 봤던 친구 미아가 자퇴하고 연기를 배울 동안, 법정 변호사가 된 그는 하얀 말총머리 가발을 쓰고 재판을 누비며 자신에게 부여된 모든 자원들을 사용해 재판을 게임처럼 다루고,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여성성 규범을 이용하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올린다. 유죄일 확률이 높은 피고인을 변호할 때에도 증인을 코너로 몰아가지만 유죄 입증의 책임을 판사와 검사에게 돌리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오만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법적 진실의 완전성과 절대성을 의심하지 않고, 법으로 증명할 수 있는 파편화된 사실을 조합하여 만든 ‘법적 진실’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신양명에 활용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야망’있어 보인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오빠 쟈니와 ‘게임만 하는’ 동생, 그리고 여전히 일하는 엄마를 둔 테사는 마치 노동계급 집안에서 유일하게 계층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탄 인물이다. (이때 재미있게도, 번역되면서 그 느낌이 다소 약해졌지만 가족들과 있을 때 테사는 노동계급 말투와 억양,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망에 가득 찬 테사는 ‘왕실 변호사’ 아버지와 ‘런던대 영문학 교수’ 어머니를 둔 동료이자 전형적인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남성이자 ‘젠틀해보이는’ 외양을 가진 줄리언이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이 싫지 않았고, 그의 사무실에서 관계를 맺기도 하면서 일종의 ‘썸’을 타는 사이를 유지한다.

 

 

 

테사, 피해자이자 생존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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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왕립 변호사의 자리로 갈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는 제안(‘더 큰 사무실’)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던 테사가 줄리언과 자신의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이후에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토를 한 테사가 성관계를 거부했음에도*, 줄리언이 테사를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이다. 그가 잠든 후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것에서부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던 테사는 성폭력의 법적 구성 요건이나 더욱 유리해질 수 있는 증거 수집 방법을 ‘알면서도’ 가해자에게 온 첫번째 메시지를 지워버리거나 관계 후 샤워를 하는 등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강간의 피해자가 된 테사의 심리적 혼란은 배우의 연기로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고, 간신히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에 와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 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한다. 신고와 진술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말하기’ 역시 고통스러운 것으로 묘사된다. 바로 사무실을 옮길 수는 없었기에 줄리언이 체포되기 이전까지도 그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엄마의 조언에 의해 간신히 일상을 이어가던 테사는 자해, 자책 등 다양한 트라우마의 증상을 경험한다.

 

테사가 겪은 성폭력은 일종의 친밀한 관계 내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데, 그러할 경우 법정에서의 피해자로서의 증명은 더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확률이 높다. 법정에서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이나 성폭력이 발생한 장소와 시간에 기반한 증거의 수집 과정에서 테사는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또한 가해자인 줄리언은 전형적인 귀족 출신 엘리트 계층이고,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계급적 자원(문화 자본)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휴지를 건넨 택시 기사, 이메일을 보낸 동료 애덤, 앨리스, 리차드 검사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도움과 어린 여경, 엄마, 미아 같은 다양한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인 테사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온 배경지식에 기반해 자신이 승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지만, 소송이라는 782일동안의 어렵고 긴,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여정을 선택한다.

 

*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때 테사가 구토를 한 원인이 단순히 과한 음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약물에 의한 이상반응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줄리언은 겉으로는 신사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재판에서 둘의 사무실에서의 첫 관계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떠벌리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처럼 이중적인 인물이고, 그가 테사의 와인에 또 다른 약물을 몰래 넣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법적 진실의 불완전성을 진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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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겪는 여성이 ‘3분의 1’이라는 통계가 언급되며 학장이 말한 ‘3분의 1’의 의미는 새롭게 전환된다. 앞서 언급했듯, ‘프리마 파시(Prima Facie)의 원래 뜻은 ‘일견 타당해 보임’이라는 다소 유보적으로 느낄 수도 있는 상태를 지칭하며, 이는 본격 심리에 들어가서 상대 측의 반증이 제시되면 법적 진실의 청사진이 언제든 법적으로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심원과 판사가 참여한 재판에서, 제출할 수 있는 증거가 제한되어 있지만 입증 책임을 진 피해자의 진술은 지속적으로 의심받는다. 이때 과거 증인이자 피해자였던 제나를 심문했던 변호사 테사의 ‘꼬투리 잡기’가 테사 대 줄리언의 케이스에서도 똑같이 이어지고, 파트 1에서 피고인의 변호사로 증인을 심문할 때 자신만만하게 질문하던 테사의 모습과 달리 증인이자 피해자가 된 파트 2의 테사는 다소 악의적일 수 있는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줄리언이 테사의 팔을 제압하면서 입을 막았다는 진술을 ‘착각’으로 몰아가서 결국 재판 도중 기억이 난 테사가 가해자의 한 손으로 두 손을 제압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는 것을 재연하게 되는데, 이는 여성의 ‘젠더화된 수치심’을 자극해 재판을 이어갈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줄리언 측 변호사가 (미리 더 큰 사무실 제안을 받았던) 테사와 줄리언이 같은 사무실을 두고 경쟁 상태였다고 사후적인 ‘이야기’를 만들며 테사가 줄리언에게 ‘앙심’을 품고 이 일을 조작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조각난 진실들을 서로 끼워 맞춰서 진술의 진위성을 의심하고,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법적으로 재현된 상황을 아예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 교묘하게도 테사가 ‘증인’에게 해오던 행위와 질문이 피해자가 된 테사에게 그대로 돌아오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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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재판의 긴장 속에서 파트 2의 ‘최후의 변론’, 브와 디르 장면은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테사가 사법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하자, 줄리언의 변호사는 '브와 디르(voir dire)'를 요청한다. 이는 직역하자면 ‘진실을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로, 법적으로는 형사 재판에서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증언을 할 때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입견, 편향을 배제하기 위해 배심원단을 퇴장시키는 절차다. 배심원단이 없는 재판장에서 과거의 제나와 똑같은 입장이 된 테사는 법적 진실과 사법 시스템의 신성함을 믿어 왔던 자신의 신념과, 피해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그 신념이 붕괴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성폭력 사건이 법률적으로 논의되면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가 얼마나 소진되는지, 사소한 부분까지 완전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기억이 사실 사건의 충격으로 선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등 피해자의 ‘위치’, ‘입장’에 서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사는 과거 자신이 심문했던 제나와 똑같은 말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자신의 뒤에 올 다른 여성들을 이 남자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 판사를 포함하여 다른 이들이 테사의 ‘말’을 원하지 않는 눈치지만, 승소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피해자다움’을 체화해 법적 진실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하기보다 테사는 자신이 경험적으로 느껴 온 진정성 있는 진술을 계속 이어간다. 법정이라는 공간성 속에서 법의 모순을 폭로하는 것, 테사가 단순한 승소를 바랐더라면 이러한 선택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의 경험이 테사를 관통하며, 그는 법적 진실 이면과 그 ‘너머’를 인식함으로써 성장했다.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재판이 끝난 후 자신의 진술을 마친 테사는 묘하게 후련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배심원단의 판결로 인해 패소가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테사는 마치 제나처럼 ‘자신의 몸을 반으로 접는’ 자세를 한다. 어머니와 어머니 옆에서 있어 주었던 어린 여경의 존재 속에서 재판에서 패소한 테사는 절망에 차거나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법적 진실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자각한 이의 해방감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을 한 테사는 그저 무대 공간의 문을 열고 그 ‘밖’으로 나갈 뿐이다.

 

 

 

연극이 끝난 이후, 남아있는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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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판례의 누적과 축적이 강조되는 영미법의 전형인 영국법의 내용은 현재 성문법과 문서화된 법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대륙법 전통속에 있는 한국 사회의 법제도와는 맥락이 다를 수도 있지만, 권력형 성폭력의 가시화와 공론화, ‘비동의 강간죄’ 같은 의제가 연상되어 스쳐가는 것을 보면 연극 <프리마 파시>의 시간성은 미투 운동을 겪은 현재 한국 사회와 공명한다. 이 연극 속에서 재현하는 법은 한 개인을 옭아매는 강력하고 단단한 ‘카프카적 법’이 아니라 허점과 빈 틈, 오류와 모순이 존재하는 일종의 ‘부실한 체계’로 재현된다. 그러한 부실한 체계의 빈 틈 속에 꽂히거나 빠질 수 있는 창이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 연극은 해외에서 법조인들이나 예비 법조인에게 참관이 권유되는 일종의 ‘매뉴얼’이자 ‘교과서’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비평적 개입이 가능할 수 있다. 부메랑 같은 법적 언어의 수행성과 대칭의 구조 속에서 테사가 처하게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가 뱉은 말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 자신의 업보를 회수하는 것이 된다. 테사가 겪는 일은 전형적인 아이러니로,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현재 사회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연루’되었다는 전제에 기반하기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설정이지만, 이러한 가해가 피해로 뒤집히는 연극적 장치를 ‘업보’로 의미화한다면 그가 피해자가 된 이유를 극적으로 ‘정당화’, 합리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연극 비평과는 좀 멀어진 지점이긴 하지만) 법이라는 기제를 통해 생산되는 담론의 영역에서 ‘트라우마’로 대표되는 피해자의 혼란과 심리를 강조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하는데, 정신병리학적이거나 심리학 담론으로 환원되며 오히려 서구 근대의 이분법 속에서 여성을 정신적으로 취약한 존재로 의미화하며 작동하는 현존하는 젠더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빠르고 적극적인 증거 수집이라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피해자의 조건을 가져야 재판의 근거를 주장할 수 있지만 성폭력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고 깊은 부정적 감정에 침식되어 ‘비합리적인’ 모습을 해야 하는 모순적인 ‘피해자다움’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통해서 법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이상한 구조를 수용하고 포섭되어야만 피해가 쉽게 법적으로 인정받는 구조는 분명히 문제적이다. 이때 피해자의 ‘비합리적’인 감정을 자연화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복잡한 맥락적 행위성 속에서 몰성적인 독립적/합리적 개인을 가정하는 법제도에 대한 구조적 의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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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연극은 ‘무엇인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명시되지만 그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관객에게 공백으로 남겨 놓는다. 이 연극이 끝난 후 우리에게 남겨진 난제는 청소년기의 나를 성장시켰던 책,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에 등장하는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법정에서는 강간 ‘범죄’를 다루지, 강간 ‘문화’를 처벌할 수 없다. 강간이라는 범죄를 없애려면 반드시 강간 문화를 변화시켜야 하지만, 법정에서 문화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이 공동체 차원의 해결이 여전히 우리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법적 모순의 해결법이 단순히 법제도 안에서의 내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투 운동을 겪고도 ‘꽃뱀 신화’, ‘성폭력 무고 신화’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성폭력의 해결법이 법제도와 자본의 언어로만 발화된다면 이에 대한 반동도 사법 체계 속에서 발생하며 피해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팽창한 ‘성폭력 무고 사건 전문’ 변호사 시장이 그러하다.) 단순히 객석에서 동일한 피해자성의 정동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으로 법적 제도와 그에 개입하는 정치경제적 구조를 사유하는 생산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의 질서와 자본이 사법에 개입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성폭력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은 어떠한 일을 해야 할까? 테사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면서 자신도 구조적 억압에 공모했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했듯,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 대 피해자 개인이라는 법적 사건(‘케이스’)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복잡하게 연루된 공동체의 문제다. 즉, 우리는 연대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연루된 존재이기도 하다. 법을 의심하면서 법의 공간을 넘어서야 하는 담론적 과제와 법을 활용해야 하는 실천적 과제, 양자 모두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미투 운동 이후의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과제다.

 

 

** 권김현영 외,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 도란스 기획 총서 3』, 교양인, 2018, 38쪽.

 

참고자료

권김현영 외,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 도란스 기획 총서 3』, 교양인, 2018.

연극 <프리마 파시> 2차 프로그램북


# 이 글에 쓰인 사진의 출처는 제작사 쇼노트(@shownote_theatre)의 SNS 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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