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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대표 넘버를 가진 레드북을 얼마 전 보러 갔었다.

 

레드북은 여자들이 나를 말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에, 주인공 ‘안나’와 주변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뮤지컬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 ‘난 뭐지’에 대한 질문


 

레드북의 첫 시작은 19세기 런던의 배경과 주인공 안나의 소개, 그리고 변호사 브라운과 안나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19세기 런던, ‘신사와 숙녀의 도시’라는 이야기를 신사숙녀가 아닌 ‘나머지들’, 즉 가난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 속에서 안나는 “난 뭐지?”라며 자신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 구직자,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나’가 아닌 진짜 자신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안나.

 

그 모습을 보며 공연을 보고 있던 나 또한 수많은 사람들 속 “난 뭐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레드북의 첫 넘버 ‘난 뭐지’는 그렇게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첫 페이지였다.

 

 

 

꾸밈없이 진실된 나를 표현하는 일


 

레드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성들만의 문학회인 ‘로렐라이 언덕’ 과 관련된 장면이었다.

 

요즘 시대는 ‘자기 표현의 시대’라 불린다. 사람들은 SNS나 유튜브 등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19세기에는 자기 표현이 어려운 시대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말이다. 그 속에서 안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자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여성 문학회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의 여성들은 세상의 시선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오직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

 

앞서 요즘 시대를 '자기표현의 시대'라고 했는데 이런 시대에도 어려운 것은 바로 꾸밈없이 진실 된 '나'를 표현하는 일이다.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거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 나를 숨기는 일이 있기도 하다. '로렐라이 언덕'에서는 글을 쓸 때 꾸밈없이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는 글을 쓴게 된다.

 

꿈 꿔온 온 것을 나만의 이야기로 꾸밈없이 표현하는 일, 나는 이게 현대 사회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난 속에서도,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극 후반부 안나의 이야기를 쓴 '레드북'은 여자가 성적인 내용을 썼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으며 안나는 재판을 받게 된다. 브라운은 안나에게 처벌을 피하려면 “정신 이상으로 글을 썼다”고 말하라 권한다. 하지만 안나는 끝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벌을 받더라도 진실된 나를 말하고자 하였다.

 

고난 속에서도 나를 말함으로 스스로를 지키고자 말이다. 그 장면은 단순한 뮤지컬 넘버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선언이었다.

 

안나의 신념이 꺾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안나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을 위해서기도 하다. 레드북을 읽은 사람들 역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졌다고 말하며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나는 그렇게 “자신을 말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에게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말할 수 있을까 하고.

 

 

 

확실하게 나를 말할 수 없음에도, 언젠가는 나를 말할 수 있기를


 

아직 나는 나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특히 뮤지컬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조금이나마 나를 표현하고 있다고 느낀다.

레드북의 마지막 넘버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아직 제2의 안나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 쓰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제1의 나로서 나만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나를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기를 그리고 레드북을 보거나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언어로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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