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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은 생각하기만 하더라도 영화의 명대사는 후루룩 스쳐 지나갈 정도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영화가 그렇게 매력적인가.

 

혹자는 그저 두 남녀의 불륜이야기를 담은 거 같아 '좋은' 영화인지 모르겠다고 평하기도 한다. 자칭 '헤어질 결심' 덕후인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하려고 해도 섭섭한 마음이 숨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헤어질 결심'의 매력적인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선과 대비


 

영화는 산정상에서 벌어진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포문을 연다.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해준'과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의 아내 '서래'가 등장하게 되고 둘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시선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과 함께한다.

 

영화는 인물 시점, 즉 해준과 서래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오고 간다. 첫 번째 사건이라고 보는 1부에서는 심문하는 장면, 서래의 집 앞에 잠복하는 장면으로, 해준이 이포로 전근 간 이후로부터 발생하는 사건인 2부에서는 서래가 경찰서에 몰래 들어가 해준을 보는 장면, 서래가 산에서 해준과 대화한 후 해준의 뒷모습으로 향하는 장면 등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두 사람의 심리적, 감정적 변화를 보다 깊이 담아냈다.

 

번외적으로 상승과 하강의 시선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느낀 부분은 서래의 전남편 기도수는 산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자신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산의 정상이 더러운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라고 하는데 서래는 그런 기도수를 산정상에서 세상과 가까운 쪽으로 떨어뜨려 죽였다는 점이다. 산과 바다, 초록색이기도 파란색이기도 한 서래의 원피스도 비슷하면서도 대비되는 상징으로 나타난다.


 

 

자아의 만남


 

영화 마지막에 결국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래가 해준의 미결이 되고 싶어 죽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에게서 잊히지 않는 영원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사랑에 빠진 대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집어치워라라고 생각하고 읽기를 거부할 수도 있으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들어주길 바란다.

 

해준이 서래에게 빠진 이유는 영화 중반에 서래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꼿꼿하기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나온다. 이는 직업적으로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 형사인 해준이라는 자아가 서래라는 존재에 자신의 이상향적인 모습을 투영해 만든 또 다른 자아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상향이라고 생각했던 서래가 바르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존재라는 걸 알았을 때 자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서래가 죽기 직전 해준과의 통화에 붕괴 전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 또한 자신의 죽음으로 사건을 미결로 만듦을 통해 해준이 만든 꼿꼿한 서래가 되돌아오게 된다.

 

사실 영화의 결말은 영화과 수평적으로 흘러가는 또 다른 플롯, 질곡동 사건의 홍산오 캐릭터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홍산오는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인물로 등장해 오가은이라는 인물을 사랑한다. 누구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오가은이라는 인물에게 온전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홍산오의 모습은 처음으로 해준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게 된 서래와 유사하다. 그런 홍산오가 결국 죽음을 택하는 모습은 서래의 마지막과 굉장히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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