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끝을 향해 다가가기에, 이번에는 사소한 일상에서 비롯한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요즈음 생각의 파편들은 '본질'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관통된다.
# 도시의 소리
지하철을 타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은 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꾹-눌러 킨다. 노이즈캔슬링이 켜져 있을 때는 그 덕분에 얼마나 조용한가를 놓치기 쉽지만, 노이즈캔슬링이 꺼지는 순간 세상은 너무나도 시끄럽다. 눈이 찌푸려질 만큼.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세상에는 소음인 줄 몰랐던 소음이 참 많다는 것이다. 노이즈캔슬링이 풀리면 그제서야 쏟아지는 'ㅅ'으로 가득한 쇳소리들은 귀를 파고들 만큼 날카롭다. 원래라면 없을 비자연적인 것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도시의 소리가 된다.
노이즈캔슬링이라는 '기능'으로 외부의 소리를 차단해 버리는 것이 너무 인위적인 것은 아닐까 싶었던 기술에 대한 경계심은 열차의 소음 자체가 이미 인류가 억지로 만들어낸 소음이라는 생각에 금세 사라졌다.
현대의 도시는 참으로 모든 것이 인위적이었다. 세상이 바람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하였으면 좋겠다.
# 수묵화의 매력
중국 회화사를 배우고 있는 요즈음 가장 큰 관심사는 수묵화이다. 왜 수묵화가 좋은가 하면, '선'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회화의 특성을 극대화하고, 그 본질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제임스 캐힐의 저서 「중국회화사」를 보면, 그러한 특징에 대한 완벽한 해설이 나온다.
["중국 최초의 사전인 설문해자의 저자는 "그린다는 것은 경계를 긋는 것이다."라고 했다. (...) 그로부터 십육 세기가 지난 후, 위대한 개성적 화가인 도제는 "일획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삼라만상의 근본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그의 관념적 이론을 펴 나갔는데, 이 의미를 그르침 없이 옮긴다면 "태초에 필획이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유럽에서도 회화는 선의 예술로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화가들이 명암이나 양괴와 질감의 표현에 집중하고 윤곽선을 부드럽게 하거나 모호하게 함으로써 선의 중요성을 감소시킴에 따라, 그들의 주의는 윤곽선으로부터 그 윤곽선이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돌려지게 되고, 따라서 회화의 선적 특성은 상실되었다. 색채와 표면의 질감이나 양괴의 입체성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중국의 미술가들은, 필선을 그들의 으뜸가는 묘사와 표현의 수단으로 간주함으로써 필선 자체를 더욱더 강조하게 되었다."] - 제임스 캐힐, 「중국회화사」
흰 바탕에, 검은 묵. 다른 색채 없이, 다른 명암 없이 선을 확정함으로써 그려지는 그 단순한 풍광들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엄청난 기술은 없지만, 철학자가 그린 그림 같은 초월적인 느낌이 느껴지는 동양화들은,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분한 마음을 환기해 준다. 어떻게 보면 현대미술의 추상미술과도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기본적인 조형의 요소로 만들어지는 그림이 주는 본질에 대한 탐구가 둘 모두에 담겨 있다.
# 사람의 토대
결국 이리저리 생각을 조합해 보면 모든 매력은 '토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사람'은? 그 또한 토대가 단단한 사람일 듯하다. 누군가의 토대가 단단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념일 수도 있겠다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보자면 '습관'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일상에서의 습관들은 정말 기초적인 그 사람의 본질을 담기 때문이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자는가 하는 요소부터, 주에 운동을 어느 만큼 하는지, 책은 얼마만큼 읽는지와 같은 아주 사소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멋진 습관들은 그 어떤 화려한 외모, 재력, 성공보다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