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50930_173317165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01035503_gwskcyyn.jpg)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국내 유일의 독립 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이다. 올해 21회차를 맞이한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지난 9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CGV연남에서 진행되었다. 올해의 슬로건은 '동동'으로 "발을 구르고, 아침 해가 빛나고, 작은 북을 울리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나는 21일에 방문하여 개막작인 <레즈우주공주>와 <한국 파노라마2> 섹션을 감상하였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930_173317165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01040054_nbrtbcuh.jpg)
처음 <레즈우주공주>의 시놉시스와 대표 이미지를 접했을 때는 당당하고 쾌활한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구하러 가는, 일종의 우주적인 동화 느낌의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사이라는 클리토폴리스 행성의 공주이지만 무척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래서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은둔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여자친구 키키를 구하고 싶다면 혼자 찾아오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고, 난생처음으로 혼자서 우주로 나가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당당하고 쾌활한 주인공이라기보단 불안하고 눈물 많은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영화를 보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영화 내에서 ‘퀴어’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자와 사귀는 여자를 보고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퀴어들이 사는 우주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 반면, 그곳을 벗어나면 위험한 무법지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일종의 권력 역전 세계 같은 이 우주에서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성애자들을 보고 놀라거나 충격을 받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 영화의 악당 격 인물은 이성애자 백인이긴 하다) 우주 대부분이 퀴어이지만 그렇다고 이성애자의 존재에 ‘호들갑’ 떨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성지향성이든 꽤나 존중받는 세계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어떠한 성지향성 혹은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저 나를 설명하는 여러 평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레즈우주공주>의 세계관에 동화되어 그들의 성지향성이 무엇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저 사이라가 겪고 있는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따라가며 그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뿐.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스페셜 토크에서는 감독들이 퀴어 영화가 가지는 일종의 장르성,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과 반대로 웃을 수 있는 재밌는 퀴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나 또한 퀴어 영화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마 <레즈우주공주>와 같이 깔깔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즈우주공주>는 그러한 바람을 완벽히 실현해 준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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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노라마2>는 총 8편의 단편영화가 한 번에 상영되는 섹션이다.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의 묶음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나 하나의 단편이 끝날 때마다 앞에서 이번에는 어떤 영화가 시작되는지 알려주는 것이 꽤나 신기하게 다가왔다.
<한국 파노라마2>의 부제는 '흔들리며 나아가기'로 해당 섹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불안과 행복을 오가는 외줄타기와 같다. 여덟 편의 작품은 사회 속에서 관계와 변화 사이에 흔들리며 나아가는 순간들을 그린다. 작은 동요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모습으로 자라나고, 또 함께 버텨낸다. 그렇게 보편적인 삶이 하나로 모인다.
이러한 설명에 걸맞게 해당 섹션의 영화들은 개인적인 사건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여러 불안과 소외를 드러내고 동시에 위로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피괴물>이었다. 강렬한 색감과 청소년인 주인공의 불안정함을 표현하는 연출이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도 자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동시에 너무 가볍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1001_041936375.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01042101_uxrusywo.jpg)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디즈니픽사 혹은 일본 영화를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대중적으로 가장 자주 접한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분야를, 다양한 장르와 내용을 가지고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나 정형화된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실험적이고 독특한 연출이 가미된 영화를 보니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새롭게 눈을 뜬 것 같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보았기에 더 많은 영화를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런 만큼 평소에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가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질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