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맛보기
수많은 책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이 있다. 바로 광화문 교보문고이다. 광화문에 놀러 가면, 교보문고는 항상 나의 필수코스였다. 그곳에서 책 냄새를 맡는 것이 너무 좋아서였다. 또한 여러 책 제목이 나를 반기는데, 그 제목들을 읽으면서 그 사이를 헤엄치는 것도 꽤나 재밌었다.
그러다가 나의 발을 멈춰 세운 책이 있었다. <유쾌한 워터멜론>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표지가 일단 너무나도 귀여웠다. 수박이 그려진 표지에, 일본 감성 한 스푼 들어간듯한 필터로 꾸며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볼 때 표지도 많이 보는 편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기꺼이 11,000원 내고, 귀여운 시집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어보았을 때, 나는 더더욱 여름의 감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름 감성의 사랑을 다룬 책인 것 같다. 여름의 풍경들을 ‘사랑’으로 비유해 귀여운 표현들도, 깊은 표현들도 많았다. 풋풋한 사랑의 감성도, 애절한 이별의 감성도 나는 모두 이 책에서 그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오늘 한 번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시집의 ‘여름’ 맛보기
나의 청춘을 장식할 꽃을 사러 방문합니다
…
낭만 한송이는 8000원입니다
- 초여름 꽃집
이 시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끌었던 문구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낭만 한송이는 8000원입니다”
사랑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듯한 문구였다. 사랑을 하게 된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많이 한다. “그냥 주고 싶어서”, “그냥 생각나서”. 그냥 생각나서 꽃을 사 들고, 그냥 주고 싶어서 선물을 해준다. 그렇게 해서 낭만을 돈 주고 구매한다.
하지만 그 지출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의 내가 행복했으니까. 그렇게 낭만을 사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참 잘 나타냈던 문장이어서 인상이 깊다.
흑먹을 입힌 바다에는 항구의 불빛이 반짝이고
…
바다의 빛들을 품어낸 하늘은 우주가 되기로 약조한다
- [별]을 수놓다
이 시에서도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다.
바다의 빛들을 품어낸 하늘은 우주가 되기로 약조한다는 문장이 처음에는 그저 풍경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노을이 지고 있는 바다 풍경을 상상했다. 하늘이 어두워지며 하늘의 별들과 바다의 ‘별’, 즉 등불들이 하나가 되어 마치 우주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그려졌다.
흔한 밤바다의 풍경 묘사인 줄 알았으나, 여기에 개인적인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하늘과 바다는 낮에 너무나도 분리가 되어있고, 각각 다른 곳이다. 하지만 밤이 되고, 바다를 보면 어디가 지평선인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결국은 사랑을 하여 하나가 된 이런 것을 풍경에 비유한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석하니, 풍경으로 그려낸 사랑의 표현이 마음에 꽂혔던 것 같다.
유쾌한 여름 한 맛, 싱그러운 사랑 한 맛. 싱거운 사랑을 노래한 시집을 보고 싶다면 <유쾌한 워터멜론>을 추천한다. 여름 감성을 특히나 좋아하는 당신,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수박 한 입, 사랑 한 입 베어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