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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Spicy Sauce", 듣기만 해도 몸에는 아주 안 좋고 맛은 아주 좋을 것 같은 이 소스.

   

9월 10일에 개막한 제 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 국내 복합예술단체 SAL이 지난해에 이어 선보이는 "색정만리"의 두번째 작품에 붙은 이름이다. 시리즈의 이름마저 색정만리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공연은 성과 관계에 대해 아주 직설적이며, 또 자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몸으로 그려내는 매운맛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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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조명 아래 삼켜지는 몸


 

사실 매운맛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맛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통증에 가깝다.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주었던 'TRPV1 온도감지 수용체', 즉, 캡사이신 수용체가 자극을 받게 되면 매운 음식을 먹은 사람은 뜨거움과 통증을 느끼게 되며, 이것이 바로 '매움'의 정체다.

 

배진호 안무가는 처음 이 작품의 이름을 "Hot sauce"라 붙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본질적으로는 고통에서 출발하는 이 달콤하면서도 불편한 자극이 바로 공연의 주제인 것. 매운 맛 앞에 붙은 'Bad'는 단순하게는 관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오히려 도발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안무가가 철저히 계산적으로 짜놓은 랜덤한 움직임들은 캡사이신이 수용체를 덮치듯 관객을 자극한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상반신의 앞면만을 가리는 검은색 반타이즈를 입은 채 무대 위 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 곳에 모여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둘씩 짝지어 흔들린다.

 

남녀의 페어 안무는 때로는 노골적일만큼 직설적이다. 점점 앞으로 기울어지는 관객의 몸이 그러하듯, 댄서들의 몸은 점점 빨라지는 음악의 BPM에 맞추어 서로를 향해 더 빠르게 질주한다. 머리보다는 몸으로 공연을 즐기게 되는데 어느샌가 이성이 아득하게 멀어진 채로 핫소스같이 붉은 조명이 비추는 저 무대에 빠져들게 된다.

 

마침내 다른 모든 댄서들이 한 명의 댄서에게로 덮쳐올 때 관객은 그 한 사람이 되는 일종의 전이를 느낀다. 그리고는 공연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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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질 때의 쾌감, 맞닿을 때의 공포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짜릿해진다. 도파민의 작용이다. 성적 관계는 그걸 극대화할 뿐, 결국 인간 관계 전반이 그렇지 않던가. 혼자가 아니고 싶은 마음에 서로를 탐닉하지만 일정 거리 이내로 관계가 가까워지면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된다. 내가 네가 될 수는 없으니, 그래서 짜릿하지만, 그래서 고통스럽다. 매운맛의 기원이 그러하므로. 거기서 더 가까워지면 비로소 공포라는 감정이 등장한다.

 

세 명의 남자 댄서가 팔짱을 끼고 발랄한 춤을 추며 무대 중앙을 채울 때, 무대의 뒷편에서는 기괴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그로테스크한 노래로 전환되며, 무대의 양끝에서 중앙을 향해 기어오는 도무지 사람같지 않은 관절의 움직임. 신체를 해부하고 재조립하는 '전복된 해부학적' 움직임이다. 인간보다는 곤충의 움직임에 가깝게 바닥에 몸을 바짝 붙여 관절을 뒤트는 이 안무는 장면은 결코 쾌락을 표현한 것은 아니며, 이 때 관객은 전혀 다른 결의 감정을 마주한다.


서로의 몸이 맞닿을 때의 충만함과 유희를 거쳐 신체가 연결될 때의 그 감각에 집중하던 움직임은 어느새 쿵쿵대는 붉은 빛, 그 속에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위협으로 변화한다.

 

내가 네가 되는, 몸의 경계가 무너질 때의 그 공포감. 구분이 사라지며 서로에게 삼켜지는 관계가 본능적인 두려움을 야기하는 것이다.


 

(대표사진)배진호 안무가 2122.21222 photo by 김하몽1.jpg

 

 

이 섹슈얼한 공연은 일차원적으로 관계를 표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운 통각이 혀를 넘어 속까지 파고들듯, 관객의 시각을 넘어 신체에 스며들 수 있도록 조명과 음악, 무대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관계가 가져오는 그 매콤한 감각, 후에 이어지는 얼얼한 통증과 공포까지의 그 모순적인 감각을 몸의 언어로 옮겨낸 색정만리 2부작, 'Bad Spicy Sauce.'

 

살이 그려낼 색정만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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