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EUNU]
억겁을 퍼내고 산다던 바다는 자꾸만 내게 돌을 내려놓는다. 내 바다는 이리도 속이 좁나보다. 무심한 듯 뱉어낸 작은 조각들이 발 사이를 파고든다. 부드러운 돌, 까슬한 돌, 뾰족한 돌…. 파도가 깎아낸 매일이다. 오랜 어제에 또 쓸려 피가 났다. 아마 오늘 일도 오래도록 이곳에 남을 것이다.
살다가 바다가 생각날 때면 나는 여전히 이 해변을 찾는다. 최근에 알을 깨고 나왔다. 새 세상은 내게 아직 너무 넓었던 모양이다. 그토록 나를 모질게 굴었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서 나는 이제 어디에 머물러야 하나, 날카로운 돌들을 어루만지며 어제에게 물었다. 이곳에 내일은 없다. 그걸 알면서 매번 바닷가를 찾는다. 그때보단 나을 테지, 하는 생각에.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갈 순 없잖아. 파도가 잠잠해질 때면 다시 다음 세상이 밀려들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오래 머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