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공기가 바뀐다. 커플들 사이 젊음의 향기가 섞이고, 누군가는 예매 문자를 확인하며 종종걸음친다. 연극을 보러 가는 길, 나는 항상 같은 기대를 한다. 오늘은 언제 박수를 칠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러 간 날도 그랬다. 소극장의 매력은 배우와 관객이 숨을 공유할 정도로 가깝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박수 하나가 장면의 마침표가 되기도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특히 그렇다. 빵 터지는 애드리브 뒤에 바로 박수가 터지면 리듬이 살아나고, 고백 직전의 순간에는 침묵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나는 공연 시작 전에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오늘 박수는 세 번만 제대로.”
첫 번째, 얼음이 깨지는 순간. - 남자 멀티 김일강 배우의 애드리브와 호응 유도에서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다. 초반에 그는 관객석을 슬쩍 훑고 “이 정도 애드리브 괜찮죠?” 하는 표정으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그 리듬을 객석이 그대로 따라 하자, 배우가 타이밍을 잡아 농담을 한 번 더 얹는다. 그때 터진 박수는 칭찬이자 합주 신호였다. 과하지 않게, 그 박수 한 번에 무대와 객석이 같은 편이 됐다. 좋은 시작이다.
두 번째는 민망함이 설렘으로 넘어갈 때. - 로코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정적‘이다. 누군가 진심을 꺼내 놓는 아주 짧은 조용함. 남자 주인공 민준이 수지에게 진심을 고백하고, 모든 오해와 머리 아픈 상황이 풀린다. 조명이 반 톤 낮아지고, 말끝이 조금 떨리고, 관객이 숨을 참는 긴장되는 그 순간. 여기서는 박수를 참는다. 그 대신 작은 숨소리로 응원한다. 그래서 고백이 진심으로 안전하게 착륙하면, 그때 가볍게. 마치 “됐어, 잘했어”라고 말하듯 배우들을 박수로 응원한다.
세 번째는 커튼콜.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때의 박수 때문에 나는 연극을 본다. 커튼콜 박수는 감상평이 아니라 “오늘 우리 다 같이 재밌었다”는 출석 체크 같은 것이다. 배우가 손을 흔들고, 객석이 더 크게 손을 흔드는 그 상호작용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운이 비로소 현실로 건너온다. 나는 커튼콜 때만큼은 손바닥이 뜨거워질 때까지 친다. 기분 좋게 과하게. 오늘의 모든 어색함이 풀리고 이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표현이다. 수지 역할의 배우가 나에게 눈을 맞춰주며 웃어 주셔서 끝자리에 앉았음에도 행복한 마무리였다.
물론, 박수 타이밍이 늘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먼저 쳐서, 객석이 나를 박수 선배처럼 쳐다볼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멋쩍게 미소 짓는다. 소극장의 매력은 이 작은 실수들이 금방 농담이 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가끔은 배우가 그 박수를 받아 애드리브로 되돌려준다. 그날 공연만의 비밀 합주가 생기는 순간. 집에 가는 길에 “오늘 박수, 나쁘지 않았어” 하고 혼자 점수도 매겨본다.
이상하게도, 박수를 신경 쓸수록 다른 소리들도 잘 들린다. 뒤에서 들리는 콜라 병뚜껑 비틀리는 소리, 맨 앞줄에서 터지는 킬킬거림, 누군가의 “헉” 하고 삼킨 감탄.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귀여운 건, 남의 속마음이 들리는 설정 때문만이 아니라,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웃음으로 대사를 받고, 침묵으로 고백을 살리고, 박수로 장면을 기억한다.
공연이 끝나고 계단을 다시 올라오면, 혜화의 밤 공기가 살짝 달라져 있다. 나는 손바닥을 한번 비벼본다. 따뜻하다. 박수 덕인지, 공연 덕인지, 같이 온 사람 덕인지는 모른다. 다만 다음에 또 소극장 문을 밀고 들어갈 때도, 오늘처럼 약속할 생각이다. “박수는 세 번만, 제대로.” 그러면 로맨틱 코미디의 설렘은 아주 높은 확률로, 내 하루에도 예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