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르투를 여행지 리스트에 넣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샹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 바라본 주홍빛 노을이 빛나는 야경?
푸른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된 성당?
알록달록 파스텔톤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길?
혹은 맛있는 포르투 와인과 음식?
하지만 막상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들뜬 마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생 처음 겪은 수하물 지연 때문이었다. 캐리어가 사라진 채 불안감과 초조함이 엄습했고, 그 사실조차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서류를 작성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공항에서, 나는 단지 백팩 두 개만 메고 시내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 안에서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행히 필수품 대부분은 백팩에 있었기에 하루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캐리어를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여전히 짐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그러나 햇살이 환하게 비추던 포르투의 시내는 뜻밖에도 나를 환영해주었다. 화창한 날씨와 반짝이는 아줄레주 타일, 언덕을 따라 이어진 골목길, 빨랫줄과 테라스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를 한결 따뜻하고 ‘사람 사는 곳’답게 보이게 했다. 어느새 캐리어에 대한 불안은 잊히고, ‘아, 내가 정말 포르투에 있구나’라는 실감이 밀려왔다.
포르투의 매력은 구체적인 풍경 속에서 더욱 또렷해졌다. 성당 외벽을 가득 메운 아줄레주 타일은 마치 도시의 기억을 새긴 거대한 벽화 같았다. 짙은 푸른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햇빛에 반짝이며,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장엄함을 잃지 않았다.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길은 정돈된 듯 정돈되지 않은, 다채로운 파스텔톤 건물들로 가득했다. 창가에 걸린 빨랫줄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셔츠와 이불이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작은 테라스에는 화분이 놓여 있어 도시의 빛깔을 한층 풍요롭게 했다.

걷다 보면 갑자기 트램이 덜컹거리며 골목을 지나간다. 오래된 노란색 전차는 관광객들에게는 낭만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여전히 생활의 일부였다. 좁은 언덕길을 기어오르는 소리와 색다른 모습에 마음에 '들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루 강은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낮에는 잔잔히 햇살을 반사하며 유유히 흐르고, 저녁 무렵에는 주홍빛 노을이 물들어 강 전체가 빛나는 캔버스가 된다. 강 위에 놓인 샹 루이스 1세 다리는 포르투의 상징 그 자체였다. 철제 아치 구조물 위로 자동차와 트램, 사람들까지 함께 오가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한 자리에 놓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강가를 따라 늘어선 노천 식당이었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기울이며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 노을에 물든 하늘빛,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 느껴졌다.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가 같은 풍경을 공유하며 각자의 일상과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그날 나는 언덕길을 오르내리다 작은 에그타르트 가게를 발견했다. 카푸치노와 에그타르트 두 개를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바삭한 크러스트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달콤한 크림, 거기에 따뜻한 카푸치노 한 모금. 시나몬 가루를 뿌려 맛을 더하니 왜 이곳이 에그타르트의 원조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뜻밖의 만남도 있었다. 혼자 여행 온 또 다른 여행자와 대화를 나누다 저녁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에그타르트 가게에서의 우연한 인연은 와인 한 잔으로 이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낯선 이와 포르투에서 와인을 나누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혼자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지구 건너편의 사람과 포르투에서 에그타르트 집에서 만나 대화를 하며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연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포르투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강렬한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았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우리는 각자의 일정으로 향하기 전, 노을빛이 번지는 강가가 보이는 다리에서 잠시 섰다. 반짝반짝 빛나는 포르투의 야경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고 인상적이었다. '낭만의 포르투'처럼 저마다의 낭만을 마음 속에 지니며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누구는 가족들과, 혹은 혼자서 포르투의 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하루의 불안은 낯선 도시와 우연한 인연 덕분에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포르투는 대도시처럼 화려하거나 거대하거나 말끔하지 않다. 대신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과 함께 사람 냄새가 난다. 시각적으로도, 미각적으로도 새로운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여행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
아마 그래서일까. 포르투를 한 번 찾은 사람들이 또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강가에서 와인을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순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작은 기쁨이 포르투의 진짜 매력 아닐까.
나는 그런 포르투를, 아마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