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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치 전범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을 남긴다. 이러한 그의 말은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어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악의 평범성이란, 사람들이 행하는 악행은 개인의 감정과 잔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순응하여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배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우리 또한 히틀러와 같은 사람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극 <맵핑히틀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취준생이었던 ‘한들호’가 어떻게 권력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당시 히틀러가 어떻게 대중들을 현혹해 왔는지 재치와 풍자를 곁들여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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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치’를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은 히틀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때 당시 나치가 최대 정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괴벨스’라는 인물 덕분이었다. 괴벨스는 미디어를 완전히 통제하며, 라디오를 각 가정에 보급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계속해서 주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괴벨스는 뛰어난 연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인 한들호는 초반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들의 좋아요와 댓글들이 쌓이는 것만으로도 기세등등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 ‘유보슬’ 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유보슬은 한들호의 오랜 구독자로 한들호의 팬인 셈이었다.

 

그녀는 아직 체제가 잡혀있지 않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 대해 조언하고, 그 조언은 한들호가 수많은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후에 유보슬은 당대표가 된 한들호에게 어떻게 연설해야 대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도 조언해 주는데, 이러한 장면은 히틀러 곁에 있었던 괴벨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특히나 주인공 한들호의 정치 포스터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연출과 영상매체를 활용하여 무대를 꾸민 디테일들이 인상적이었다. 무대라는 제한된 장소를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 연출은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보도자료이미지-맵핑히틀러.jpg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최래민’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에 있었는데, 최래민은 한들호가 유보슬 다음으로 만나게 된 조력자였다. 처음부터 한들호에게 호감이 있던 유보슬과는 달리, 최래민이라는 인물은 초반엔 한들호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었으나, 한들호에게 설득당해 결국 함께 하기로 한다. 작중 최래민은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다닌다는 설정이었다. 이러한 설정에 걸맞게 최래민은 한들호의 곁에서 정책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데, 점점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한들호에 반감이 들어 결국엔 한들호의 곁을 떠나게 되는 인물이다.

 

작중에서 한들호의 행동은 옳지 않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치는 인물은 최래민이라는 인물뿐이었다. 하지만 최래민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부분의 이들이 인정하는 길을 걷는 특성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코미디와 정치 풍자를 곁들인 연극이었다 보니,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탓하는 방식이 더 쉽다.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보다 혐오하는 게 더 쉽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성찰과 사유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내가 전능한 신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하지만 실상은 내 눈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보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게 더 쉽다는 말이 있다. 너무나도 쉽게 악을 행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그 무게를 체감하게 하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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