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부터 김보영 작가의 sf 장편 소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당신에게 가고 있어’ 이 두 책을 꼭 소장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주변 서점에서 구하지 못하다가 대전에 있던 한 독립 서점에서 이 SF 장편소설 시리즈를 마주하게 되었고, 홀린 듯이 책을 구매하였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밴드 LUCY의 음악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과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의 가사가 떠올라서 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책은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감정 이입을 해서 읽게 된 책이었다.
소설 책을 구매해서 읽은 기억이 아주 오래되기도 해서, 수험서가 아닌 서사가 깊게 담겨있는 텍스트를 읽는 것 자체가 오랜만에 경험하는 것이라서 더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먼 미래, 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지구에 살고 있는 남자와, 다른 별에서 살고 있는 한 여자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여자가 지구로 오는 시간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남자는 ‘기다림의 궤도’를 돌며 여자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서로가 약속했던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남자가 여자에게 쓴 편지를 엮은 형식으로 쓰여 있다.
각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항해 n일차, 지구 시간으로 n년 n개월 후로 쓰여 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구 시간으로 145년 후, 170년 후라는 시간이 너무나 멀게 느껴져서 절대 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더 마음이 이상해지기도 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결혼하겠다는 약속만을 갖고 나 홀로 우주를 떠돌고 그리움을 편지에 눌러 담을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딱 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만약 연인을 만나기를 포기하는 고민하는 순간마다 연락이 닿지 않은 연인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먼 우주를 건너올 그 모습이 떠올라 차마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고 기다림의 궤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책에는 남자가 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잘 담겨있다. 그래서 혼자서 연인을 생각하며 버티는 그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남자가 처한 ‘고립’으로부터 느낀 외로움과 함께 항해한지 10년 2개월 만에 지구에 내려서 결혼하기로 했던 교회에 가서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와준 친구들이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도 찾아와 찍은 사진을 마주하고, 연인이 적어둔 쪽지를 본 그 순간. 이 장면이 너무나도 짜릿하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서로에게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안도감과 더불어 이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린 장면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깊이 좋아하고 사랑해 본 사람, 혹은 지금 자신에게 연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다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다음 편 ‘당신에게 가고 있어’도 같이 읽는다면 더 애달프고 한 연인의 순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