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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어렵다.

   

특히 하얀 백도 복숭아는 속이 더 어렵다.

 

보통 천도복숭아나 빨갛고 주황빛으로 익은 복숭아는 말랑하게 새콤달콤해서 자주 어려움 없이 먹는다. 대게 다 딱딱해도 말랑해도 속은 보이는 대로 노랗게 맛있다. 근데 하얀 복숭아는 알 수가 없다. 자주 가는 복숭아 농장을 들렀다. 나눠 먹고 남은 듯한 복숭아 반 쪽에선 햇빛을 받은 과즙이 반짝였다. 말랑한 복숭아의 땀일까 싶은 과즙의 꿀 빛. 마침 보고 있던 사장님께서 큰 덩어리를 잘라주셨다.

 

올여름 먹은 복숭아 중에 제일 맛있었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는 복숭아가 아닌데도 크게 먹어 그런지 아니면 원하는 맛의 복숭아를 찾은 기쁨인지. 지나가는 날벌레도 그 맛을 아는지 복숭아 주변을 맴돌고 나는 복숭아 꿀 향이 배인 손으로 휘휘 저으며 얼떨결에 날벌레에게 약을 올린다.

 

복숭아 한 조각에 나온 진심으로 잘 깎인 파지 복숭아를 하나 더 얻었다.

 

그 복숭아는 여름의 달달함을 농축 시킨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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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에 와서 사 온 복숭아를 먹는데 딱딱하고 새콤하고 옅은 달콤함이었다. 분명 똑같은 하얀 복숭아인데 덜 익어서 그런가. 익었다면 노랗게 익어서 알려주기라도 하지. 하얘서 단지 안 단지 알 수가 없다.

 

아주 조금 말랑했던가 싶어 기다렸다. 그렇게 달아졌나 그때 그 복숭아 맛이 왔을까 확인해 보다가 다 먹었다. 과거의 복숭아 맛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다 먹은 복숭아의 맛을 못 느꼈다. 분명 맛있는 복숭아도 있었을 텐데, 과거를 그리다 까먹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리웠던 복숭아의 맛을 봤다.

 

마트에서 아빠가 먹어보라고 하나 집어준 복숭아가 어찌나 달던지, 아주 무르고 단 복숭아였다. 단숨에 사고 복숭아를 반쯤 가리고 있는 흰색 스티로폼 포장지를 벗겼는데, 그 하얀색 스티로폼 옷 뒤엔 썩어가는 복숭아가 있었다.

 

분명 제일 예뻐서 샀는데 향도 진했는데 깊은 포장지를 뜯어봐야 비로소 상처가 났는지 안 났는지 알 수 있다니, 그리고 산 다음 복숭아 중 상처도 없고 깨끗한 복숭아를 무를 때까지 아끼면서 봤다.

 

가장 맛있을 때 먹으려고 톡톡 손대본 복숭아가 드디어 많이 물렀다. 좀 더 누르면 그 자국대로 상처가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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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고 먹은 하얀 복숭아는 내 기대를 잔뜩 머금었다. 그리고 한 부분이 무지 써 절로 악! 소리가 났고, 그 순간 서로가 억울한 실망을 했다.

 

맛있을 거라 선택한 것도 나고 지금이 가장 잘 익었다고 생각한 것도 난데 왜 실망을 했을까. 이 악! 소리를 들으면 복숭아도 억울할 것 같았다. 설익으니 아무 맛이 없고 농익으니 쓰다. 그리고 그건 다 내 선택이었다. 속 모르고 하얗고 여린 마음에 계속 자국을 낸 것도 다 나다. 자국을 마구 내놓고 먹은 무른 복숭아에 실망하는 것도 그 맛이 아니라고 먹은 딱딱한 복숭아의 옅은 단 맛을 잊은 것도 나다.

 

사람 속 알길 없는 것처럼, 하얀 복숭아의 속도 어렵다. 써 놓고 보니, 사람에 비유한 것 같은 하얀 복숭아. 문득 혼자 판단해놓고는 기대하고 실망하고, 과거의 좋았던 순간들을 그리다 지나가버린 딱딱하고 옅은 단 기억들. 그리고 곪은 자국을 가리려고 입은 비슷한 색 스티로폼 포장지까지. 겉이 말갛고 예뻐서 뒤집어 봐도 똑같을 줄 알았다.

 

익을 대로 익어 물러진 쓴 마음을 그제야 알아차린 나도 같이 씁쓸해졌다.

 

그렇게 다 먹어버린 복숭아와 함께 농익어버린 여름의 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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