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봤을 때 내 눈에 예쁜 하늘이라면 일단 카메라에 담고 보는 ‘비공식 하늘색 수집가’라서 그런 건지. 푸른 하늘 아래 초원에서 서핑하는 귀여운 판다가 그려진 책의 표지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읽기 전에 큰 마음의 심호흡을 하는 준비가 필요한 책이 있는 반면, 아무런 준비 없이 언제 집어 들어도 나를 편안하게 맞아주는 책이 있다.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는 그런 책이다.
어언 10년째.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유미 작가의 치열한 삶 이야기. 일과 또 다른 꿈, 취미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어른의 성장통은 너무나 낯설지 않은 것들 투성이어서 마음이 쉽게 동한다.
나에게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모든 일을 꽤나 그럴듯하게 해내고 싶은 과한 욕심에 늘 시작을 미뤘고, 보통 같은 마무리에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스스로를 자책했던 때가 많았다. 운이 좋게도 나는 나와 완벽히 다른 성향의 친구를 두었고, 그 친구로 인해 내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일을 슬금슬금 미루려고 할 때 ‘일단 해’, ‘그냥 해’, ‘잘하려고 하지마’ 삼종세트를 속으로 되뇌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고, 최고로 완벽한 방법을 찾아내 끝엔 두고두고 만족스럽게 볼 만한 마스터피스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되도록 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인생이 놀랍게도 많이 편해졌다. ‘나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걱정하던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기에는 대충하는 것 같지만, 그럴듯한 결과물보다는 시작과 종료에 충실하는 걸 택한 그 친구를 관찰하고 따라 하면서부터다.
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내 기준에선 찾아볼 수 없던 ‘반례’’가 없었더라면 이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살아온 세월에 비해 너무나도 견고했던 나의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이 근거로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때로는 누구나 비슷하게 고민해 봤을 많은 삶의 지점에서 어떤 답을 내렸는지. 그 답을 내리기까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를 가장 진솔하고 따스한 언어로 기꺼이 나누는 누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인생의 큰 사건과 위기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나날이 축 무거워지는 몸과 마음에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꿈과 현실, 모두를 쟁취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 편으로 외로운 마음이 든다면. 그리고 타인의 진솔한 삶 이야기로 흠뻑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한’ 적절한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글로 그려 놓은 듯한 친절한 안내선을 따라 발을 딛기만 하면, 또 다른 ‘나의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