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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파격적인 주제와 과감한 캐스팅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베어 더 뮤지컬.'

 

초연 당시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6월 3일부터 공연하고 있다. 박강현, 서경수, 이상이를 비롯한 다양한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쳐갔다.

 

필자는 2017년 삼연 때 ‘베어 더 뮤지컬’을 처음 만나게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보고 들은 작품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해줄 수 없는 이른바 '숨보뮤(숨어 보는 뮤지컬)'이다. 동성애, 10대 임신, 마약 등 무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가사가 다소 수위가 높아 거리에서 흥얼거리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향한 플랫폼에서 한 번쯤은 이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최근 영국에서 첫 여성 동성애자 대주교가 탄생하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와 여성 인권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을 떠올리면 가톨릭계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0년 전에 비해 향상된 여성 인권 인식을 생각하면 작품 내 여성 캐릭터들의 소모적인 활용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현시대에 공연 중인 작품을 바라볼 때 동시대적 맥락을 적용한 비판과 해석은 어쩔 수 없으나, 아직 이 작품의 생명력이 남아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0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향, 특히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럽이나 북미 문화권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거리감이 크다. 마약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지금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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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도

듣기는 하나요

날 알고 있나요

내 얘길 듣나요

나를 아시나요

보기는 하나요

내 기도

나를 잘 아나요

대답 없는 기도

모르잖아요 날


넘버 ‘Auditions’ 中


 

거기에 있나요 보이나요 내 눈물

날 구원한다면서 왜 날 지켜만 봐요

주 뜻대로 살았죠 날 좀 쳐다봐줘요

이 고통은 뭔가요 기다려야 할까요

거기 있다면 대답해줘요 있나요 날 위해


넘버 ‘Are you there?’ 中

 

 

가장 순수하면서 유약한 청소년기. 세상을 향한 순수한 형태의 믿음과 사랑은 부조리한 현실로 되돌아온다. 주변 어른들은 ‘네 마음먹기에 달렸다’, ‘믿음만이 답이다. 그러니 기도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아이들은 방황한다.


피터는 제이슨과의 관계를 세상에 드러내길 원하지만, 제이슨은 세상의 편견에 맞서길 두려워한다. 나디아는 비교와 열등감에 시달리며 ‘답이 없는 질문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이비는 예쁜 외모 이면에 ‘울부짖는 의심들과 두려움’을 감춰둔다. ‘왜 이렇게 삶은 공평하질 않’냐고 불평해도 주님은 대답해주지 않는다.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처럼 아이들은 주어지지 않는 자유를 욕망한다.


자유와 사랑에 대한 결핍은 자기파괴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세상을 향해 기도하는 일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들을 인도해줄 답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될 거라며 자기자신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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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잘못을 물으며 혼란을 겪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내부에 있지 않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틀렸다고 낙인을 찍는 사회 안에서 '틀린 존재'로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 피터와 제이슨은 문제에 대한 답을 각각 다른 곳에서 찾는다.

 

 

답을 모두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없단다

다른 이를 위해 자신으로부터 숨는다면

그건 엄청난 실수야


넘버 ‘God don’t Make No Trash’ 中


 

침묵을 지켜 비밀로 해주마

너와 나의 비밀이야 넌 아직 변할 수 있단다 믿어라


넘버 ‘Cross’ 中

 


수녀님은 피터에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말하지만 신부님은 제이슨에게 이미 ‘분명한 답’이 있다며 정해진 율법에 따르라고 말한다. 결국 피터와 제이슨의 엇갈린 결말은 관객에게 또다른 질문을 안겨준다.


세상은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무수한 질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자신을 부정하는 세상 속에서 방황하는 존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손가락질엔 손가락질로 답하렴!


넘버 ‘God don’t Make No Trash’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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