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7일, 할머니 집으로 꼭 오너라.”
할머니가 보내온 여름 통신문으로 시작되는 전시 <할머니의 여름방학>은 ‘할머니’를 매개로 여름의 기억을 불러내고 세대와 공동체를 잇는다. 전시를 기획한 로컬리티:(김영채, 석양정, 심지혜 공동대표)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할매발전소의 작품 65점을 울산으로 가져왔다. 할매발전소는 로컬리티:가 강원 원주시 신림면에서 할머니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이곳에서 할머니들의 기억은 이야기가 되고 삶은 예술이 된다. 할머니가 만든 작품만이 아니라 할머니와 젊은 작가들이 함께한 작품, 할머니를 모티프로 탄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로컬리티:의 기획자 김영채, 석양정, 심지혜(좌측부터).
오랜 친구이자, 동갑내기인 3인은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_로컬리티:
로컬리티:는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굴해 문화예술로 풀어낸다. ‘로컬리티’가 아니라 ‘로컬리티:’다. 쌍점(:)은 ‘머무름표’로, 더 많은 사람이 로컬에서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라고. 석양정 대표는 매번 설명하는 게 번거롭지만, 덕분에 슬로건을 한 번 더 말할 수 있어 좋기도 하다며 웃었다. 아카이빙과 텍스트 콘텐츠를 담당하는 석양정(이하 ‘석’), 학예업무와 현지 주민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심지혜(이하 ‘심’), 영상과 디자인 작업을 비롯한 비주얼 디렉팅을 담당하는 김영채(이하 ‘김’). 세 사람에게서 로컬리티:와 할매발전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름처럼 우리를 길러낸 할머니

<할머니의 여름방학: 기억을 수집하는 모험>(울산 중구문화의전당, 2025)은
세대를 잇는 ‘할머니’라는 기억의 매개자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기억 수집의 모험’,
어른들에게는 '그 여름날의 집'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예술적 체험이다. 사진제공_로컬리티:
<할머니의 여름방학>은 총 네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풍경이 펼쳐지는 ‘할머니가 보내는 여름 통신문’, 할머니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할머니 탐구생활’과 할머니를 모티프로 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Mother’s Mother’, 마지막으로 방학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어른도 방학이 필요해’까지. 로컬리티:는 할머니의 집이 기억의 매개체이자 새로운 모험의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할머니의 여름방학>은 신림 바깥에서 할매발전소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신림 바깥에서 전시를 하고 싶었던 이유, 그리고 많은 도시 중 울산이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김: 2022년 강원문화재단의 유휴공간 활용사업으로 신림면의 폐교에 할매발전소를 열었어요. 교육도 하고 전시도 열면서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운영하다 보니 전국에서 찾는 분들이 생겨났어요. 그중에서는 직접 오시기가 어려워 아쉬워하는 분도 계셨고요.
사업 기간이 끝나 그 장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교육 프로그램은 신림면 마을 곳곳에서 진행하되, 전시는 신림 바깥에서도 열어서 할매발전소의 콘텐츠를 더 다양한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다른 도시에서도 전시를 해보고 있고, 울산이 그 시작입니다.
심: 2018년 저희의 첫 프로젝트가 울산 시민들의 사진 아카이브였다는 걸 생각하면 울산은 의미가 있는 도시입니다. 신림면에서 3년을 보내고,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 더 멀리 확장을 꿈꾸는 셈이죠. 또 울산은 제가 자랐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생의 에너지를 전한다는 할매발전소의 슬로건과 울산이 가진 산업도시 특유의 에너지가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할머니의 여름방학>이라는 제목과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졌나요?
심: 지역을 넘어선 ‘할머니’의 보편성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시장이 있는 울산 혁신도시의 지역적 특성이 떠올랐어요. 이주민이 많고 젊은 세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대부분이거든요. 이분들에게 할머니가 고향과 가족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매발전소의 전시가 사람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러 시골에 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할머니가 이야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울산에 찾아왔다는 느낌으로 준비했어요.
석: 마침 전시 기간이 휴가 기간이더라고요. 전시장을 찾지 않는 비수기인데, 오히려 정면 돌파해서 ‘여름방학’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어렸을 때는 여름방학이면 흔히 할머니 집에 갔으니까요. 그렇게 <할머니의 여름방학>이라는 제목이 나왔고, 할머니 집에 가는 길부터 시작해 실제 할머니 집에 들어가 보고 할머니를 만난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전시를 구성했어요.

김정옥 외 11명 할머니가 참여한 <여름소리>(공동작업, 혼합재료, 2024)의 창작 과정
물감을 찍고 흘리고 흩뿌리며 여름의 리듬과 다시 피어나는 생의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회화 설치 작품이다.
사진제공_로컬리티: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그 외에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심: 섹션 중 본격적으로 할머니를 만나보는 ‘할머니 탐구생활’에서는 신림 할머니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알고 보니 할머니가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는 사람이었고, 글씨는 못 써도 작물에만큼은 전문가였다는 걸 깨닫죠. 또 ‘Mother’s Mother’에서는 할머니를 모티프로 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를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의 엄마’로 바라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듯, 할머니라는 존재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섹션이 되기를 바랐어요.
처음엔 여름방학에 할머니 집에 간 기억으로만 여름과 할머니를 연관 지었는데, 말씀을 듣다 보니 할머니와 여름 사이에는 그 이상의 연결고리가 있는 듯해요.
석: 저희는 할머니와 작업하며 굉장히 강인한 분들이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 강인함으로 저희를 길러냈고요. 그런 점이 여름과 닮았어요. 여름은 폭염과 태풍으로 어떤 면에서는 거친 계절이지만, 생명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도 여름이잖아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를 기른, 그 힘이 셌던 여름을 다시 한번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여름과 할머니에 얽힌 기억이 많을 텐데, 실제로 전시장에서 울산 시민들의 여름의 기억이 담긴 사진 아카이브를 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석: 조각난 기억들을 저희가 다시 꺼내 펼쳐봄으로써 그때 그 계절의 기억을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명의 기억을 모아 한 가족의 앨범처럼 울산의 여름방학을 보여주고 싶었죠. 1930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는데, 그렇게 모인 사진을 보고 떠오른 기억이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오신 분도 계셨어요. 전시 초반에 그 아카이브를 볼 수 있는데, 저희의 주제를 설명하기에 좋은 도입부였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 창작의 주체로 떠오르다

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할머니들과 그림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예술 교류로
완성된 ‹기억의 얼굴›(도화지, 수채화, 가변크기, 2023). 사진제공_로컬리티:
로컬리티:는 일회성 프로젝트를 위해 ‘할머니’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창작의 주체로 바라보았다. 곁에서 귀를 기울이자 할머니들은 저마다 유일무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고, 로컬리티:의 기획에도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왔다.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로컬리티:의 활동이 낯설기도 할 텐데, 작업하며 할머니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 할머니들과 라포를 쌓는 데 정말 긴 시간을 들여요. 1년을 기준으로 하반기에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면 상반기는 작업이 아니라 할머니들과 관계를 쌓는 데 할애할 정도죠. 마을 축제가 있으면 앞치마 매고 음식도 나르고 같이 어울려 밥도 먹고요. 집집마다 들러서 인사드리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할매발전소는 3년을 바라보고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였기에 천천히 신뢰를 쌓을 수 있었어요.
심: 한편으로는 가족이 아니고, 창작이라는 단계를 거치다 보니 할머니들이 저희한테만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작년에 할머니들의 이름으로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젝트 <내 이름에게: 나의 이름에게 보내는 헌사>에서 정말 한스럽고 기막힌 이야기가 많았어요. 가족이 아니라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제 할머니의 가족들이 그 이야기로 탄생한 작품들을 보고 자신의 어머니, 할머니를 더 깊게 이해하기도 했어요. 참여를 꺼리시던 분들도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을 해보고 나면 나중에는 저희보다 더 나서서 홍보해 주십니다.
지역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은데, 로컬리티:의 프로그램이 좀 다른 점이 있다면요?
심: 소비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요. 전시를 열고 작가로서 참여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분들도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본인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보시거든요. 그래서 내내 전시장을 지키시는 분도 있고요. 별거 없다 생각했던 내 이야기가 정말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이끌어내지 않아도 내가 다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며 먼저 말씀을 해오세요.
할머니니까 뭘 잘 모를 거라 생각하고 쉽고 단순한 내용으로만 채우는 것도 피하려 해요. 대화를 나눠보면 저희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거든요. 실제로 할머니들을 만나면 ‘찔레꽃’ 좀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 컵 쌓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말씀하세요. 작년에 저희는 현대미술 수업을 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하셨죠. 할머니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는 대신 그 존재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저희끼리 많이 나눕니다.

이혜윤x최향락 <감각과 인지의 시간차 1, 2>(acrylic on linen mixed media on silk, 89×116cm, 2023)의 창작 과정
88세 할머니와 34세 작가가 함께 만든 세대 협업 작품으로, 동양화와 추상의 경계에서 생의 시간이 그려낸 선의 기록이다.
최향락 할머니의 첫 추상화 도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_로컬리티:
요즘은 할머니가 직접 만든 굿즈가 화제가 되고, 제목에 할머니가 들어간 책도 주목받는 등 ‘할머니’라는 키워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로컬리티:의 할매발전소는 할머니의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심: 미디어가 ‘액티브 시니어’에 꽂혀서 사람들이 건강하게, 멋있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것 같아요. 70대, 80대에도 여행을 다니고 건장한 몸을 가져야만 좋은 삶은 아니잖아요. 저희는 좀 더 다양한 할머니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신림에서 자연스럽게 나이 든 할머니들의 삶이 존중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저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 말할 때, 그 모델이 한 가지가 아니었으면 해요. 더불어, 할매발전소의 활동으로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나이 드는 것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창의적으로 나이 드는 것’이란 무엇인지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심: 할머니만이 아니라 누구나 나이를 먹잖아요. 하지만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매 순간 삶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는 것이 ‘창의적 나이듦’이고, 할매발전소의 활동이 그걸 가능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석: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신림 할머니들의 삶은 반복되는 노동과 일상으로만 표현되는데, 관점에 따라 이걸 창의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신림은 원래 산으로 둘러싸여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거의 없었대요.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 땅을 일구고 키울 수 있는 게 옥수수밖에 없어서 옥수수를 길러온 분들이 지금의 신림 할머니들이죠. 삶을 개척해 온 그런 행위에 예술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할머니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할매발전소의 역할입니다.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를 꿈꾸며

할매발전소의 첫 무대가 되었던 학교는 할머니들에게 평생 동경의 공간이자,
여한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주인공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주체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_ 로컬리티:
로컬리티:는 올해로 8년 차를 맞았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지키는 시민단체에서 처음 만난 세 사람은 비슷한 삶의 화두를 발견하고 의기투합해 여기까지 왔다. 비효율적일지라도 더 완성도 높게, 더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들은 앞으로도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전하려 한다.
‘지역소멸’이 화두인 요즘, 로컬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팀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의 로컬리티: 활동을 돌아볼 때,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심: 로컬 콘텐츠 창작자에게는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와 유대관계가 자산입니다. 그렇기에 현장 취재가 매우 중요하죠. 저희도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방법에 관해 많이 고민하고요. 그런데 가끔 현장 취재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로컬에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을 봐요. 그렇게 접근하면 창작자도 기획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낄 것이고, 지역에 사는 분들도 거부감을 표하기 쉽습니다. 로컬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면, 실제 그 지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보시면 좋겠어요.
석: 지자체의 콘텐츠 전략에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유명 인사나 타 지역의 축제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서 지역의 콘텐츠가 다 비슷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로컬 콘텐츠의 출발점은 지역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고유한 자원과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일이에요. 이들이 서로 연결될 때 지역만의 고유한 결이 드러나고, 지속 가능한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훗날 할매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할매박물관을 만든다면 무엇으로 채우고 싶으신가요?
김: 저희는 할머니들을 마지막 구술세대라 보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각 지역 할머니들의 고유한 서사를 온전히 담아내는 ‘살아 있는 기록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지역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고, 미래세대와 지역을 잇는 기반이 되도록 말이죠.
심: 더불어, 박물관이지만 할머니들이 거기서 직접 창작하고, 교육의 주체로도 활동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배우고, 공감하는 공간으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엘르>에도 소개된 김상곤 사진작가의 <여든 너머>와, 그 촬영 과정을 담은 영상은
할매발전소의 유튜브(@mothersmother)에서 볼 수 있다. 사진제공_ 로컬리티:
마지막으로, 로컬리티:의 하반기 프로젝트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심: 올가을에는 할매발전소의 고향인 신림에서 해마다 열리는 막걸리 축제와 연계한 아트 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걷고, 보고 이야기 나누며 할머니 작가들의 창작 작품을 감상하고, 마을을 예술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예정입니다. 할매발전소를 시작하며 언젠가 할머니들이 직접 수업도 하고 도슨트도 한다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신림 용암리 할머니들과 함께 그런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축제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로컬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지금은 주로 지자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그 예산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하지만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매발전소를 계획할 때도 3년 차 목표가 수익을 발생시켜 그것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죠. 막걸리축제에 아트투어를 결합한 이번 프로젝트에 사람이 모이면 할머니들이 농산물과 작품을 판매해서 저희가 생각했던 수익모델을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는 ‘제철할머니 달래주머니’라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계획 중이에요. 오프라인으로 큐레이션 박스를 배송할 건데요, 지역의 제조업과 연계하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책자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할머니들의 감각을 담은 굿즈를 통해 일상에서 작고 따뜻한 위로와 연결감을 전하고자 합니다.
석: 마지막으로, 신림에서 시작한 할매발전소 활동을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할매발전소가 진짜 발전소로서 가동하려면 더 다양한 할매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산 할머니’를 만났다면 이제 ‘바다 할머니’를 만나는 식으로, 다른 지역의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넓혀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또 할매발전소가 저희의 대표 사업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