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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탑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는 1983년, 록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투어 공연을 담은 전설적인 콘서트 실황 영화다.

 

뉴웨이브 사운드로 1980년대 음악 씬을 이끈 토킹 헤즈는 1974년 결성된 미국 밴드로, 실험적인 사운드와 지적인 가사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잘 아는 90년대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이름을 토킹 헤즈의 곡 제목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 공연 실황의 연출은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가 맡았는데, 관객을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 속으로 끌어들이는 그의 연출이 인상 깊었다.

 

총 16곡으로 구성된 공연은 토킹 헤즈의 대표곡인 ‘Psycho Killer’로 시작된다. 무대에는 기타를 든 리더이자 보컬인 데이비드 번(David Byrne) 혼자 등장하고, 곡이 진행될수록 다른 악기와 멤버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오르며 공연이 점층적으로 완성된다.

 

나는 평소 토킹 헤즈의 음악을 음원으로만 접했기에,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공연의 구성과 퍼포먼스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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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서 하나의 시청각 퍼포먼스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데이비드 번이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오버사이즈 수트를 입고 등장해 예측 불가능한 몸짓을 선보이던 장면이다. 또 기다란 스탠딩 조명을 들고 좌우로 흔들며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장면은, 현실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잊게 만들 만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 중 연주된 ‘Once in a Lifetime’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현재를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인데, 무대와 영상이 이 노래의 철학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행위 예술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공연 중반에는 토킹 헤즈의 멤버 크리스 프란츠와 티나 웨이머스가 결성한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 탐 탐 클럽(Tom Tom Club)의 ‘Genius of Love’가 삽입된다. 갑작스러운 전환이었지만 오히려 색다른 리듬과 분위기로 공연의 흐름에 활력을 더했다. 이 곡은 알 수 없는 가사와 독특한 비트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신나고 중독적인 기분을 안겼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리듬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흥미롭게도, 데이비드 번은 다른 멤버들의 외부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 속에서 탐 탐 클럽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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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탑 메이킹 센스》가 특별한 이유는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인터뷰나 관객 반응 같은 삽입 장면 없이, 오직 무대 위 퍼포먼스만으로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구성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 자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 1980년대 공연장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꼈다. 커다란 스크린과 압도적인 음향 속에서 과거의 예술이 지금 이 순간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 《스탑 메이킹 센스》를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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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걸 탐험하며 멋나게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은 폼생폼사 인간, 강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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